[피플@비즈] spitzered(스피처에게 걸리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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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엘리엇 스피처(46.사진) 뉴욕주 검찰총장의 별명은 '월가의 포청천'이다. 월가의 온갖 불공정 행위와 비리를 들춰내 철퇴를 가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이 마침내 미국 언론에 새로운 유행어로 등장했다. CNN은 최근 스피처 총장이 미국 최대 보험사인 AIG와 모리스 그린버그 전 최고경영자(CEO)를 회계부정 및 불공정 보험상품 판매로 기소한 사실을 'AIG gets spitzered'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스피처의 이름을 딴 spitzered는 '스피처에게 걸리다','스피처에게 당하다'라는 뜻이다. 뉴욕시 브롱크스 태생인 스피처 총장은 2001년 말 엔론 사태 이후 월가의 보안관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그는 엔론과 유사한 회계부정이 드러난 월드컴 등 통신회사들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2003년 4월엔 시티그룹.메릴린치 등 월가의 간판급 금융회사에 14억 달러의 벌금을 물렸다. 이들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 투자자들을 속여먹는 엉터리 보고서를 냈기 때문이다. 2003년 9월엔 리처드 그라소 전 뉴욕증권거래소(NYSE) 회장의 과다 연봉을 문제 삼아 그를 쫓아내기도 했다. 그 뒤 뮤추얼펀드 업계를 뒤집어놓은 데 이어 지금은 보험업계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 월가의 정석투자가로 불리는 워런 버핏도 AIG와의 거래로 인해 지난 4월 스피처의 조사를 받았다.

당연히 그는 미국 재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 약 300만 개의 기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미국상공회의소는 올해 초 그의 공격적인 행보를 월권이라며 대들기도 했다. 프린스턴대학과 하버드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지난해 말 2006년 뉴욕 주지사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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