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송 창의성이 모자란다|제작활성화·수준 향상등 시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민주주의사회에서 방송이란 본질적으로 국민의 것이며. 그 구체적 매체들을 통해 주어지는 표현들도 시민정신의 함양 내지는 국민적 합의의 조성을 목표로 한 상호적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우리방송은 국민에 대한 일방적 제공의 인상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방송위원회(위원장 윤석리)가 오는8일(오후2∼6시)세종문화회관 대회의장에서 개최할 제1회 세미나(주제한국방송, 그 좌표와 미래상)에서 서영훈씨(대한적십자사사무총장)가 발표할 주제「국민이 바라는 방송」내용의 일부다.
서영훈씨는 미리 배포된 발표 요지에서 『우리나라가 급속한 근대화과정에서 빚어진 빈부의격차, 교육수준의 차이.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간의 의식의 괴리, 도시와 농촌의 격차에서 오는 이해관계 내지는 생활풍토의 상층, 종교세력간의 갈등등에서 헤매고 있다』고 전제하고 방송은 그러한 갈등을 해소시켜야 하는데도 아직도 우리나라방송은 그 기능을 다하고 있지 못하고있기 때문에 방송이 국민에게 친근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우리의 방송은 국민에 대해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인상만을 주고있다.
특히 서씨는 방송이 피묻은 현장이나 범행에 사용된 끔찍스런 흉기들, 남녀관계에 관한 비윤리적인 사건의 노골적인 보도등은 지양해야된다고 주장하고 오락프로그램에서도 대중문학형성이란 미명아래 퇴폐적인 것·말씨·노래등을 방송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했다. 또 현재 방송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통문화 발굴은 그 방향과 내용이 잘못 인식된 듯한 느낌이 있다고 했다. 특히 쇼·코미디프로에서는 제작진이나 연출자의 수준을 높이는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는 것.
결론적으로 국민이 바라는 방송이 되려면①국내외움직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지식②국민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문제들에 대한 정확한 지식③우리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④현대인의 교양과 문화예술에 대한 소양⑤청소년교육과 이성문제등에 대한 올바른 지식등이 담긴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여석기교수(고려대)는「방송의 사회·문화적 역할」이라는 주제발표에서 한국방송의 정체요인이 제거되지 않는 한 환영받는 방송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 정체요인을 다음과 같이 열거.
첫째, 한국방송은 편성 및 내용에 매너리즘, 즉 타성화의 요인이 있다. 창의성을 저해하는 제작방식, 완벽을 기하려는 노력의 미흡, 판에 박힌 듯한 고정패턴의 되풀이, 시행착오로부터의 느린 회복, 그리고 심미적 및 생활 감각적 요소의 부재 현상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둘째, 한국방송은 모방(모방)성향이 너무 크다. 방송이 자주성을 지니지 못하고 일본·미국등의 프로흉내를 내는데 급급해 하고있다.
셋째, 방송이 너무 불필요한 그리고 유해무익(유해무익)한 상업주의적 발상에 젖어있다.
여교수는 그 해소책으로는 방송체제의 유연한 활성화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교수는 특히『전통과 근대화의 상층에서 오는 가치관의 혼란을 극복하는 문제』와『도시화·산업화의 심한 부작용으로 해서 생겨난 계층간의 의식의 괴리를 해소하는 문제, 세대간의 의식구조와 행동양식의 차이를 메우는 문제』등을 방송이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 이원홍씨(한국방송공사사장) 는「국가발전과 방송의 과제」라는 주제을 발표한다.

<전성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