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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자위대 작전 범위 전세계로", 한·중 "안 된다" … 일본서도 "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미국과 일본이 안보 협력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안에 대해 한국·중국은 물론 일본 내에서 우려의 묵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사시 자위대가 전세계에서 미군과 공동작전을 할 수 있게 한 지침 개정안에 대해 아사히(朝日)신문은 9일 사설에서 “미·일 안보조약이 허용하는 방위협력의 범위를 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8일 일본 도쿄 방위성에서 외무방위국장급 방위협력소위원회를 열고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위한 중간보고서를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양국은 ▶평상시 ▶유사시 ▶주변사태시로 분류돼 있던 기존 지침에서 한반도와 대만해협 등을 의미하는 ‘주변사태시’를 삭제했다. 주변사태법에 따라 엄격하게 개입이 제한돼 있던 것을 푼 것이다. 자위대가 유사시에는 지리적 제약 없이 미국과 공동대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각의에서 통과시킨 집단적자위권 행사 용인 방침을 반영한 것이다.

 지침이 중간보고서 내용대로 개정된다면 앞으로 일본 자위대는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 공해상에서 미군 함정 호위, 북한을 출입하는 선박의 검문·검색, 기뢰 제거 작업을 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도쿄신문은 “지리적 제한을 전제로 한 ‘주변사태’ 개념을 삭제해 미국의 전쟁을 자위대가 전 세계에서 지원하도록 하는 구상을 담은 것”이라며 “그럼에도 무엇을 검토하고 있는지 국민에게 상세히 밝히지 않고 양국 정부 당국자끼리만 논의해 기정사실화하는 수법은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일본변호사연합회도 8일 도쿄 히비야(日比谷) 야외음악당에서 시민 30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침 개정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한국 정부는 “한반도 안보 및 우리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 군사활동은 어떤 경우에도 우리의 요청 또는 동의가 없는 한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중국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훙레이 외교부 대변인은 “미일 동맹은 쌍방의 범위를 넘어서는 안 되며 중국을 포함한 제3국의 이익을 훼손해서도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반면 요미우리(讀賣)·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등 일본의 보수 언론은 지침 개정으로 일본의 안전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했다. 미국도 한국이나 중국과는 달리 안보부담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환영 일색이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일본 주변국들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글라스 팔 카네기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현실적으로 일본이 한국 땅에서 군사 작전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작다”며 “일본 이 한국 안보를 원거리 지원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위협력지침 개정안은 이르면 올 연말 확정되고 내년 상반기 자위대법·주변사태법 등 관련 법률 개정을 거쳐 효력이 발생한다. 지지(時事)통신은 “앞으로 자위대 활동 확대 범위 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워싱턴= 김현기·채병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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