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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대로 농협 … 이사회 의결 없이 특별성과급, 221명 고용 대물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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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011년 말 전남의 한 지역 농협에서 성과급 잔치가 벌어졌다. 조합장을 포함해 50명 전 직원이 특별성과급을 받았다. 성과급 총액은 1억835만원. 지방의 지역조합 성과급으론 적지 않은 액수였다. 그런데 이사회 의결을 거쳤어야 할 성과급 지급은 해당 조합 임원 몇 명이 연 ‘임원간담회’에서 결정됐다. 지역조합을 감독해야 할 농협중앙회 전남검사국은 이를 적발하고도 눈감아줬다. 성과급 지급 절차에 하자가 적발됐지만 전남검사국은 “임원간담회 보고사항은 이사회 의결사항으로 인정한다”며 ‘주의’ 조치만 내렸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이 사안은 특별성과급 전액 회수와 관련자 문책이 뒤따랐어야 할 중징계 사안”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역조합을 감사하는 도 단위 검사국의 검사역 중 85%가 해당 지역 연고자였다.

 9일 농식품부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이런 내용의 지난해 감사 결과를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와 12개 지역농협에 대한 지적 사항은 총 83건으로 10여건 수준인 다른 농식품부 산하 기관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방만한 자금관리였다. 지역조합원끼리 성과급 잔치는 물론 협력업체 직원에게까지 성과급을 줬다가 적발됐다. 복리후생비를 비상근임원의 보수나 퇴직자 전별금으로 전용한 조합도 있었다. 이사회에 불참한 이사에게도 경비는 꼬박꼬박 지급됐다. 법인카드가 사용금지 구역인 유흥주점에서 사용된 경우도 다반사였다. 중앙회와 지역조합이 공동으로 조성한 자금에 대한 이자 168억원을 중앙회가 임의로 사용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대출 관리도 허술했다. 9개 농협이 상환능력 있는 농업인에게만 대출하도록 엄격히 규정된 농축산경영자금을 신용등급 9등급 이하 나 심지어 비농업인에게까지 대출해줬다. 농식품부는 9개 농협에 부적격 대출 전액을 회수하도록 했다. 부채경감대책자금·농업종합자금·인삼계약재배사업자금 등도 부적절하게 지원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대출 자금 관리도 부실했다. 농업을 포기한 대출자로부터 후계농 육성자금 2억여원을 회수하지 못했고 농촌주택자금 대출로 집을 지었다가 다른 사람에게 매도한 대출자로부터도 융자금 6억7000여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지연·혈연에 따른 짬짜미도 만연했다. 일반관리직과 계약직 직원 40명은 인사위원회 의결절차는 물론 채용공고도 없이 서류심사나 면접 절차만으로 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 지난해까지 조합원 자녀에게 5%의 채용 가산점을 부여했다가 ‘고용세습’ 논란을 빚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민수 의원은 “농협에 임직원 자녀 221명이 근무 중”이라고 지적했다. 수의계약이 난무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무인항공방제헬기 공급과 18억원짜리 시설공사 계약이 경쟁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체결됐다. 하나로마트 물품납품업체 181개를 모두 수의계약으로 결정한 농협도 있었다.

 주먹구구식 업무처리의 일상화했다. 한 지역농협은 전문가가 아닌 직원이 주변시세를 참고해 하나로마트 임대료를 결정하도록 했다가 적발됐다. 한 조합은 업무용 차량 27대의 운행기록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 중앙회는 한우·육우 등 등급 판정까지 끝난 도축장에서 한우 유전자(DNA) 검사시료를 채취해 다시 검사했다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한우개량사업용 정액은 많은 축산농가에 공급하는 것이 원칙인데도 관리부실로 2개월 내에 중복 공급받은 농가가 46곳에 달했다. 서울의 한 하나로클럽은 양곡 12억원어치를 양곡도매상에 팔았다. 도매상에 넘겨진 양곡은 수 차례 유통단계를 거친 뒤 결국 소비자에게 비싸게 팔려 ‘생산자와 소비자간 유통단계 축소’라는 하나로클럽 운영 취지와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NH농협손해보험은 재해보험금 액수가 적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손해평가인 자격도 없는 일반인에게 조사를 시킨 뒤 보험금을 추가 지급했다가 시정조치를 받았다.

 농식품부는 해당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 및 해당 농협 관계자에게 문책·주의·기관경고 등 처분을 내리고 부당대출금에 대해서는 회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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