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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문화권 개발 어디까지 왔나|화려한 청사진…진도는 소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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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백제문화권개발의 웅장한 팡파르가 울려 펴진지 금년말로 만3년이 됐다. 개발의 청사진은 공주·부여를 중심으로 옛 백제문화유적의 정화를 통한 관람기능과 화려한 현대적 대규모 관광편의시설의 휴양기능을 동시에 갖춘다는 것이다.
특정지역종합개발추진위 기획단의 공주·부여·익산지역개발계획안(시안)에 따르면 79년부터 91년까지 추진되는 백제문화권개발의 총 투자규모는 9백51억원 (79년말불변가격)-.
그러나 이 같은 정부주도의 개발현황은 아직도 구체적인, 마스터플랜도 확정하지 못한 채 문화유적부분만이 10개년 계획(79∼88년)으로 진행되고 있을 뿐, 가시적 개발을 고대하는 지역주민들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제5공화국 출범과 함께 중서부고도문화권개발계획으로 개칭된 백제문화권개발의「소문난 잔치」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과 사업추진 경과, 실적등을 알아본다.

<추진경과>
백제문화권개발이 처음 거론된 것은 65년. 경주고도개발과 함께 중앙과 지방에서 동시에 논의되기 시작한 백제권 개발은 당시만해도 정부투자의 우선순위가 경주다음에 들 것 같은 추세였다.
그러나 개발순위는 제주·한려수도·설악산등에 계속 밀려왔다. 백제권개발의 시간적 지연은 단순한 관광개발이라는 차원보다는 찬란한 고도의 풍모를 되살리는 문화개발이기 때문에 경주고도개발에서의 시행착오를 되밟지 않기 위해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지배적 여론도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본격적인 개발기본계획의 수립이 착수된 것은 79년 초부터-.
당시 청와대소속이었던 특정지역 종합개발추진위원회기획단은 공주·부여·논산·청양·익산군등이 포함된 개발권역의 조사를 실시, 80년 초 계획안을 확정했다.
이 계획안에 포함된 면적은 건국토의 3.4%에 해당하는 3천3백㎢나 됐고 80년부터 개발사업을 착수해 91년까지 5단계로 재정투자를 한다는 것이었다.
특정지역기획단과 개발기본계획안을 80년3월 건설부로 넘어가 현재에 이르고 있다. 기본계획안의 내용은 공주·부여를 거점으로 한 개발구상-.
관람 및 휴양기능을 함께 갖춘 사적관광지로 개발, 관광유인역을 크게 높이도록 한 백제문화권개발의 중요 대상지역은▲공주=공산성·무령왕릉·갑사·동학사·마곡사·곰나루· 계룡저수지▲부여=정림사지·부소산성·무량사·장곡사·구드레· 반산저수지등-.

<사업실적>
아직도「걸음마」단계인 백제문화권 개발실적은 모두가 유적의 발굴, 정화등에 국한된 문화개발부문 뿐이다.
문공부가 79년부터 문화개발에 투입한 총사업비는 22억윈 (79년=7억원·80년=7억원·81년=8억원) -. 내년에는 13억6천만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서울·공주·부여·익산등의 4개 지역 백제고도에서 발굴, 정화키로 선정된 대상 문화재는 모두 65개-.
이 같은 문화개발의 10개년 계획에 투입예정인 총예산은 1백79억원 (79년말 불변가격) -.
사업대상의 선정은 78년 서울대·충남대·공주수대·원광대등의 부설연구소를 통한 용역조사를 거쳐 문화재위원회의 최종 심의로 확정됐다.

<2단계는 발굴중점>
개발의 기본방침은 백제문화권역의 유적중 사적으로 지정된 8개의 문화재와 계룡산·갑사산등에 산재한 고찰의 보수정화사업을 중점 추진한다는 것이다.
2단계로 나눈 백제문화권유적의 보수정화사업은 1단계 (79∼83년)에서 지상노출 유적의 보수정화를 실시하고 2단계 (84∼88년)에서는 구명되지 않은 백제문화유적의 발굴조사를 주로 추진하도록 했다.
현재까지 추진된 중요사업은▲유적주변의 토지매입▲공산성 발굴▲부소산성발굴▲정림사지발굴등을 손꼽을 수 있다.
내년도에는 공산성복원, 송산리(공주)능산리 (부여) 고분관건립, 부소산성정화사업등이 추진된다.
앞으로 계속 전개될 각 지역별 단위문화재사업은▲서울 (6개소) =석촌동고분, 방이동고분, 풍납리선사유적, 홍봉토성, 암사동선사유적, 미사천선사유적 ▲공주(21개소) =공산성, 송산리고분. 갑사. 마곡사, 장곡사, 선화당, 중구단, 포촌동고분, 석장리구석기유적, 상화리당간지주.가척리석탑, 동원리석탑, 청양3존불상, 청양서정⒥석탑, 서혈사지, 남혈사지, 수원사지, 취리산나제회맹단지, 구룡사지, 주미사지, 동혈사지▲부여 (24개소)=부소산성, 정림사천, 능산리고분, 궁남지나성,성흥산성, 대오사석불, 송국리 선사유적, 은산별신당, 장하리석탑, 홍량리석탑, 금강사지, 무량사, 동남리, 중정리· 용정리 사지, 초촌지석묘, 천왕사, 임강사, 쌍북리, 호암사, 왕흥사, 성주사지 ▲익산 (14개소) =미륵사지, 왕궁평유적지, 고산성, 염산쌍릉, 금제벽골제, 익산석불입상, 미륵산성, 저토성 ,사자암, 백제도요지. 제석사, 태봉사. 오금사, 석불사지등이다.
건설부 추진의 관광개방은 아직 구체적으로 착수된 게 하나도 없고 다만 부여 구드레지역의 관광단지조성계획안이 지난해 1l월 성안됐다. 이 계획안은 현재도 부여지역주민들의 건의와 요망계획안을 받아들이며 최종 확정안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성안된 구드레관광단지 계획안의 내용은 총 2백54억원(중앙정부=35억, 지방비=35억, 민간=1백84억)을 투입, 착수기-추진기-개발기-정리기-완성기등의 5단계로 나누어 단지내에 호텔·국민숙사·각종 운동시설 및 유희시설등을 갖춘다는 것이다.

<문제점 및 과제>
가장 큰 문제는 개발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의 예산투자가 뒤따르지 못한다는 점과 개발속도가 주민들의 기대감과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들의 입장은 우선 도로가 뚫리고 각종 시설이 화려하게 들어섬으로써 개발의 혜택이 곧 손에 와 닿기를 고대한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투자와 사적관광지로서의 개발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사업의 추진은 계속 완만하기만 하다. 더구나 그동안 문화부문의 개발도 주로 토지매입등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업들에 투자됨으로써 전시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어쨌든 문화부문과 관광부문의 2대 산맥을 안고있는 백제문화권 개발은 관광개발이 아직도 세부적인 뚜렷한 청사진조차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주민들의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주민대표 참여해야>
안승주교수(공주사대백제문화연구소장)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과 같은 발굴-복원, 정화의 단계를 거치는 문화유적개발은 무조건한 형질변경의 근대개발에 앞서야할 당연한 원칙이지만 예산투입규모를 확대하는 유적조사의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다음의 문제점은 개발지역 원주민들의 사적개발에 대한 인식이다.
『지난해말 무령왕릉주변 토지 1천9백평을 매입하는데 지주가 선뜻 응해주지 않아 아주 고생했습니다. 엄동설한에 저녁 늦게까지 지주집에 머무르며 문안(?)을 곁들인 애원의 호소를 10여일 동안 계속해 가까스로 토지에 얽힌 지주의 애착을 끊고 매입했읍니다.』
강승화 공주군공보실장은 화려한 개발의 뒷바라지에 얽힌 씁쓸한 일화의 한토막을 이같이 소개했다.
예산투자는 지금까지와 같은 규모로 계속된다면 실망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들이다.
세번째 문제는 지역주민들의 참여의식을 고취시키는 문제다. 이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도 많은 애로를 안고있다.
이근영부여군수는 『군민 헌수를 통해 부소산성의 수종을 재래 고유수종으로 바꾸는 정화 사업같은 것을 벌이고 싶다』고 말하고, 지방행정기관이나 주민들의 참여문호가 널리 개방되기를 희망했다.
네째는 종합개발계획이 확정되지 못함으르써 지방이 맡는 지역개발사업추진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끝으로 문화개발이나 관광시설에 앞선 백제정신의 정립과 함양운동이 반드시 앞서야 한다는 주장과 개발계획의 수립에는 반드시 현지 사정에 누구보다도 밝은 주민대표가 참여해야한다는 요망도 절실했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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