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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간경변증(4)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10월 50세의 남자환자가 배가 몹시 부르다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아왔다. 우선 가족의 입회하에 이 환자의 설명을 죽 들어봤다.
환자는 27세때 황달에 걸린 적이 있으나 별 치료없이 1개월만에 황달이 빠진 일이 있다. 그후 약20년간은 별로 큰병없이 생활해 왔는데 3년전부터 쉽게 피로를 느끼고 일에도 의욕이 없어졌으며 잇몸에서 피가 나고 이유없이 코피가 나와 잘 멈춰지지 않았다.
1년 전부터는 오래 서 있거나 과로를 했을 때 가끔 발목근처가 붓는 수가 있었다.
또 3개월 전부터는 배가 점점 불러와 전에 입던 바지의 허리가 안맞게 되고 얼굴은 자꾸 마르는데 체증은 오히려 점점 불어났다.
1주일 전에는 몸에 좋다는 무슨 탕종류를 매우 짜게 먹었는데 다음날부터 배가 더욱 불러지기 시작, 똑바로 누워서 자려면 숨이 차서 배개를 높이 해야만 됐다. 가족의 보충설명으로는 그후 몇차례 정신이 흐려지는 사태가 있었다는 것이 증세의 전부였다.
진찰을 하니 의식은 깨끗했지만 눈에는 약간의 황달이 나타났고 혀는 새빨간색으로 맨들맨들해 보였다. 배는 몹시 부른 상태였지만 누를 때 통증을 느끼지는 않았으며 간이 명치밑에서 3cm정도로 단단하게 만져졌다. 또 우측 상복부에서 비장이 손바닥만하게 만져졌고, 다리에는 손으로 누르면 약간 들어가는 부종현상이 있었다.
일단 간경변을 의심하여 입원시킨 다음 간기능검사와 B형바이러스 표면항원에 대한 검사를 했다. 식도내시경에서도 식도의 경맥이 늘어난 식도정맥류(유)가 확인되어 간경변증이 확진되었다. 간경변 여부를 진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 복강경검사는 복수가 심해서 해볼 수가 없었다.
이 환자의 증상 및 검사결과가 전형적인 간경변환자의 예다. 간경변증은 글자 그대로 간이 굳어지는 병으로 염증에 의해 간세포가 자꾸 죽게되고 그 자리에 흉터가 크게 남아 간기능이 현저히 감소돼 있는 상태를 말한다.
간경변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중 중요한 것은 B형 간염바이러스와 술(알콜)로,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자가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B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급성간염이 유발되는데 이때 잘몰라서 적절한 치료를 하지않고 소홀히 하면 병은 만성활동성 간염을 거쳐 결국 간경변으로 진행된다.
간경변의 증상은 무기력·코피·식욕부진이외에 복수에 의해 배가 불러지는 것이 특징이며, 더욱 진행되면 의식이 혼미해지는 간성 혼수에 빠지기도 한다.
식도의 정맥류가 터지면 심한 출혈 때문에 입으로 피를 토하거나 팥죽 같은 대변을 보는 경우도 있다. 복수는 짠음식등 소금의 섭취가 많을 때 갑자기 악화되는 수가 흔하다.
치료법은 안정과 충분한 영양섭취가 고작이며 복수의 조절을 위해 소금섭취를 제한하고 이뇨제를 사용할 때가 많다. 그러나 육류(단백질)를 지나치게 섭취하면 의식장애를 일으키는 수가 있음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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