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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디부아르서 여성 교육 기회 늘리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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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숙명여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와타라 대통령(왼쪽). 오른쪽은 황선혜 총장. [사진 숙명여대]

“코트디부아르에서도 초·중·고교 1등은 항상 여성 차지다. 교육·취업 등에서 좀 더 여성 권리 확충에 힘쓰겠다.”

 8일 숙명여대에서 명예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알라산 와타라(72)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의 소감이다. 코트디부아르를 비롯해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문화가 뿌리 깊다. 여성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적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이 나라 문맹률은 여성(55%)이 남성(35%)보다 높다.

 수여식 직후 본지와 만난 와타라 대통령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 국가 발전을 위해서라도 여성의 권리는 신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임 중 가정아동부를 창설했다.

 와타라 대통령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2012년 그가 주도해 아내가 남편의 허가 없이도 취업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꾼 것도 그래서다. 현재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남편 허락 없이 아내가 여행·취업 등을 할 수 없다.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는 것도 남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와타라 대통령이 영부인인 도미니크 와타라 여사의 활동을 소개한 것도 같은 이유다. 프랑스 사업가 출신인 와타라 여사가 최근 여성전용 대출펀드를 만들었는데 상환율이 99.9%에 이른다고 한다.

 와타라 대통령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미 드렉셀대를 나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딴 뒤 1968년부터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경제학자로 일했다. 94~99년 부총재 자리에 있으면서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는 과정을 지켜봤다. 와타라 대통령은 “당시 한국 정부와 국민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취한 결단력에 정말 놀랐다”며 “이번에도 한국의 전략을 많이 배워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대’ 설립에도 관심을 보였다. 와타라 대통령은 “코트디부아르에 여고는 있지만 여대가 없다”며 “여성들을 위한 대학을 만드는 것도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방법인 것 같다”고 밝혔다.

 숙명여대가 아프리카 국가 대통령에게 명예박사를 수여한 것은 지난 2009년 압둘라이 와드 세네갈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아프리카 여성들의 열악한 교육 여건 개선에 숙명여대가 앞장서겠다는 취지에서다.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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