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이슈] 고교생 투표시대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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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투표 시대'가 열릴 것인가. 국회 자문기구인 정치개혁협의회(정개협.위원장 김광웅)가 고교생의 정치 참여안을 내놨다. 선거 연령을 현행 20세에서 18세로 낮추자는 파격적인 내용이다. 여야는 다음달 2일부터 국회 정치개혁특위(정개특위)를 열어 정개협 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열린우리당 소속 이강래 정개특위 위원장은 27일 "정개협의 안이 제출된 만큼 선거 연령 문제를 포함한 정치 관련법을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다음달 '고교생 투표 시대'의 개막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 왜 18세?="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다." 18세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주자는 이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다. 18세가 되면 법적으로 병역 등의 의무를 지면서 결혼도 스스로 할 수 있다. 하지만 투표권은 주어지지 않는다. 이게 부당하다는 것이다. 예전의 18세와 지금의 18세를 둘러싼 환경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요즘 청소년들의 의식 수준을 40~50년 전과 동일하게 보는 것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요즘 청소년들은 청와대.정당과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인터넷 등 각종 매체를 통한 정보 습득량도 엄청나다.

국제적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독일.영국 등 대다수의 선진국이 18세의 투표 참여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숭실대 강원택(정치학) 교수는 "고3 정도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국가가 요구하는 의무를 수행하는 나이에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선관위 고위 관계자는 "18세에게 투표권이 주어져도 선거 업무상 무리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18세 선거권에 반대하는 이들은 고교생 투표가 야기할 상황에 대해 우려한다. 자칫 잘못하면 학교가 정치색으로 물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고교생이 투표권을 갖게 될 경우 각종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고교생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할 수밖에 없어 학교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헌정회 김재영 사무총장은 "유권자 연령을 한꺼번에 2년이나 낮춰 고교생까지 포함시키면 부작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은 결국 정치권에서 매듭지어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18세로 낮춰야 한다는 쪽이다. 민노당은 18세 투표권 부여가 당론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19세로 낮추자고 주장한다.

◆ 선거 판세에 영향은=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추면 2007년 1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현재 고교 1년생 또래인 60여만 명과 역시 고교 2년생에 해당하는 60여만 명이 투표를 할 수 있게 된다. 약 120만 명에게 새로 투표권이 주어지는 셈이다.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표 차이는 39만여 표였다. 2002년 대선에선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차이는 57만여 표였다. 이 때문에 120만 표는 커다란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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