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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실천사상, 일에 큰 영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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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퇴계 탄생기념 학술회의서 일 우야정일 교수 주장>
이퇴계선생 탄생4백80주년 기념국제학술회의가 한국·일본·자유중국·미국·스위스·네델란드 등 6개국 60여명의 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22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퇴계학연구원(이사강 이동준)이 주관하는 이번 학술회의에는 퇴계학을 연구하는 국내의학자 30명이 연구발표에 나선다.
이 학술회의에서 일본 이퇴계연구회 회장인 우야정일씨(동경대 명예교수)는 『일본과 한의 한학수용의 상위점』이란 기초 연설을 통해 한학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수용방법의 차이점을 설명하여 관심을 모았다.
그는 『일본에서의 대륙문화의 섭취는 최초에는 고대국가 백제로부터(서기4백년께)였으나 약 2백년을 지난 뒤 그 문화는 백제 자체의 것이 아니고 대륙의 것이라는 것을 알게되고부터는 직접 대륙에 가서 배우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6백7년, 모험을 무릅쓰고 떠난 최초의 유수사 이래 약2백년 사이에 17회 (단, 그중·3회는 조난 또는 사고로 중지)에 걸쳐 사자를 파견한 바 있다고 설명한 그는 대륙의 문화, 특히 유교를 중심으로 한 한학을 수용함에 있어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가족제도와 성명 같은 것도 한국에서는 대륙의 영향을 받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중국과 비슷한 점이 보이는 반면 일본은 매우 틀리다는 것.
또 한자의 수용에서도 같은 우랄-알타이어족에 속하는 언어이면서도고대한국에서는 한자의 음과 훈을 쓰는 표기가 신라의 향가등에 보이나 그 이후로는 음역이 주로 되었고, 일본에서는 고대의 만섭가명 (만요가나)가 한자의 음과 훈을 쓰고있다. 한국에서는 세종이 한글을 창제함에 이르러 (1446년) 독자의 민족문학이 기술되게 되었으나 일본에서는 다시 한자로부터 가따까나(편가명) 히라까나 (평가명)를 발명하고 그후 한자의 훈이 발달하게 되었다.
이 한문, 즉 이민족이 발명한 문자를 자국어의 표기용 문자로서 채용하는 경우에 반드시 표음문자로서 사용하는 것이 통례인데 일본처럼 훈으로서 사용하는 것이 발달된 것은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우야정일씨는 강조했다.
한편 유학에서 주자학의 수용방법도 서로 다른 면을 보이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주자학이 모든 방면, 즉 이기심성선·예제, 나아가서는 실천도덕·명분론등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주로 실천도덕과 명분론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
일본 실정시대부터 강호시대에 걸쳐 이퇴계의 사상이 일본에 알려져 큰 영향을 끼쳤는데 이는 이퇴계의 실천적인 면이 상당히 강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수용상태의 차이는 주로 지리적 사정, 측 한국이 대륙에 인접한 반면 일본은 섬나라라는데 있다고 설명한 그는 그러나 일본에서는 근대 서양문명의 영향아래 오히려 실천철학과 명분론이 뒷전에 밀리는 경향 아래서 특히 이퇴계의 학풍을 경모하게 된다고 덧 붙였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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