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문 군사현안 한·미 왜?] '동북아 균형자론' 국회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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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이 논란이 됐다. 이에 따른 한.미 관계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쟁이 이어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노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이 허장성세며 미국과의 동맹을 해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따졌다. 그러나 이해찬 총리는 동북아 균형자론은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맞섰다.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은 "노 대통령의 발언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중요한 대외정책으로 헌법에 규정된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으므로 위헌이자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균형자 입장이 되면 한.미동맹, 한.미.일 공동 체제가 보이지 않는다"며 "남방 3각에서 이탈해 북방 3각으로 편입하겠다는 것인가. 도대체 동북아 균형자론의 실체는 무엇이냐"고 따졌다.

뒤이어 질의에 나선 김문수 의원은 "반미 감정은 가득하지만 그 결과는 누가 책임지느냐"고 물었다. 김 의원은 "미국이라는 지렛대 없이 우리가 일본과 중국으로부터 어떻게 주권을 지키고 맞설 수 있겠느냐"고 했다.

심재철 의원은 균형자 외교론이 세계 속에 처한 우리나라의 위치와 국제관계의 냉혹함을 무시한 것으로 '왕따 외교'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노 대통령의 발언을 옹호했다. 이호웅 의원은 "우리는 북핵 문제와 같이 민족의 존망이 걸린 중대사조차 나라의 운명을 북.미 간에 내맡긴 채 관망하거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며 "동북아 균형자 역할론은 우리가 세계 질서 속에서 주체적이며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주장했다. 조경태 의원은 "균형자 역할은 북한과 미국의 관계를 개선시키고 일본과 중국의 패권주의를 경계하며 남북한 간의 돈독한 협조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답변에 나선 이 총리는 "동북아 균형자론은 기본적으로 한.미동맹 관계를 전제로 동북아의 다자간 안보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한국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 개념"이라고 반박했다. 한.미 관계에 대해 그는 "이미 이라크에 우리가 부대를 3500명이나 파병할 정도로 굳건한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파병할 때 많은 국내 반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결단을 했다"고 답했다. 한.미 안보 동맹에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시 예비물자 비축 중단에 대해선 "그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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