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법 따를 사항 … 국정원 왜 나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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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정원 진실위가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사건 조사결과를 중간 발표한 데 대해 한나라당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최근 여야가 합의로 통과시킨 과거사법에 규정된 과거사진상규명위가 곧 활동에 들어가는데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되지 않은 국정원 진실위가 그 역할을 가로채고 있다는 이유다.

임태희 원내수석부대표는 "최근 과거사법이 국회를 통과해 과거 의혹사건들을 종합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된 만큼 과거사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며 "과거사법은 조사 후 확정된 사실만 발표하도록 했는데 국정원 진실위가 조사내용을 중간 발표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또 유기준 의원은 "과거사법에선 법원의 확정판결 대상 사건은 조사대상에서 제외토록 했는데 국정원은 인혁당 사건.동백림 사건 등 확정판결이 난 사건까지 조사대상으로 놓고 있어 정치적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진실위의 발표가 정국 물타기용이 아니냐는 의심도 하고 있다. 정양석 부대변인은 "지금 정부와 여당이 오일 게이트나 행담도 사건, 여권 실세의 잇따른 구설수 때문에 큰 위기에 처하자 국민적 관심을 돌리기 위해 또 다시 엉뚱한 정치공작을 벌이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진실위의 오충일 위원장은 "국정원의 7대 과거사 사건은 국회에서 과거사법이 통과되기 전에 선정된 것"이라며 "요즘 '김형욱 실종건'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어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중간발표를 한 것일 뿐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다"고 강조했다. 오 위원장은 "만약 과거사진상규명위에서도 동일한 사안을 조사하겠다면 우리가 확보한 자료를 전부 넘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도 "과거사법에서도 재심청구 사안이 될 경우엔 확정판결 난 사건도 조사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확정판결 난 사건을 조사하면 안 된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김정하.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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