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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증인 36명 중 23명 노사 관련 … 야당, 노총 지부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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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기업활동을 한 기업인을 국정감사장에 불러내 망신을 주는 것이 옳은가.”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국감장에 증인을 불러올 수 없다는 것은 여당의 지나친 기업 감싸기이자 국회 무력화 행위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가 첫날인 7일부터 기업인 증인 채택 문제로 파행했다. 예정보다 40분이나 늦은 오전 10시40분에 시작됐다가 기업인을 부르는 문제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대립해 정오 무렵 정회했다. 환경부 등 피감기관들에 대한 질의는 오전엔 시작도 못했고, 오후 늦게까지 파행이 계속됐다.

 환노위에서 새정치연합은 증인으로 36명, 참고인으로 30여 명을 불러야 한다고 요청한 상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권오준 POSCO 회장 등이 포함돼 있다.

 이날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새정치연합이 증인으로 신청한 36명의 기업인 가운데 23명은 노사분규와 관련됐는데, 야당이 민주노총의 지부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노사분규 문제를 국회로 끌고 와서 국회에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국회가 개별기업의 노사분규 해결사 역할까지 해준 적은 없다”며 “노동관청에서 합법이라고 한 해고사안까지 국감장에서 다루면서 기업인들을 망신 주려는 건 용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용남 의원도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국감장에 불려와서 온종일 대기하다 30초 정도 답변하거나 아예 발언도 하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무더기 증인 신청은 국회의 구태이자 많은 국민이 염증을 느끼는 사안”이라고 문제를 삼았다.

 그러나 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여야가 기업인에 대한 증인 채택에 합의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감을 진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기업인 증인채택을 요구했다.

 우원식 의원도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이 6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기업인 증인을 불러내 혼을 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한 걸 듣고 귀를 의심했다”고 말했고, 은수미 의원은 “대기업의 탐욕과 횡포로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점을 환노위는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기업인을 부르지 말자는 새누리당의 방침을 존중하지만 그걸 다른 당에 강요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며 “기꺼이 나와서 증언하겠다는 기업인까지 막는 이유는 뭐냐”고 물었다.

 환노위가 단골 파행 상임위 중 하나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야당이 이건희 삼성 회장, 최지성 삼성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석채 KT 회장,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허인철 이마트 사장(이상 당시 직책) 등 20여 명의 증인채택을 요구하면서 수시로 국감질의가 중단됐다.

 여야는 장외에서도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이 정부 정책과 관계없는 기업인들을 소환하려는 건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김영록 원내대표는 “여당의 비협조와 방해 때문에 국감 진행에 문제가 있다”고 맞섰다.

강찬수·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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