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창작과 비평 두마리 토끼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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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라는 장르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자유분방한 상상력 아닐까. 형식을 벗어난 자유로움,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함이야말로 만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참신한 창작만화와 진지한 비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서울애니메이션센터.새 만화책.바다출판사가 합심해 처음 낸 3백24쪽짜리 '계간 만화'는 우선 그 모양새부터가 범상치않다.

4×6 배 배판 변형이라는, 가로 38×세로 25cm의 널찍한 책은 늘 보아오던 만화책, 또는 고만고만한 잡지 스타일에 옥죄여온 독자의 고정관념을 훌러덩 벗겨버린다.

만화가 아이완의 서늘한 물속 풍경과 만화가 김대중의 재치 있는 칸연결 만화로 표지부터 이미 은밀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이 잡지에는 넓은 지면만큼이나 볼거리.읽을거리.생각할 거리가 넘친다.

대중문화.미술.문학.애니메이션.기호학의 입장에서 만화의 좌표를 짚어보는 기획 '만화 새롭게 보기'는 만년 하위 문화로만 여겨지는 만화가 어째서 "문자와 영상의 고전적인 구분을 뛰어넘는 멀티미디어적 언어이며 이 포스트모던한 혼돈의 시대를 가장 예민하게 담아낼 수 있는 진정한 전위적 매체"라고 불리는지 다양한 각도에서 설명해준다.

그렇다고 '만화를 낯설게 하기'가 이 잡지의 목적은 아니다.

윤승운의 '고인의 묘소를 찾아서'와 김동화의 '엄마생각'은 물론 송채성의 '내 연애는 위기에 처했다'나 윤태호의 '스페셜 프로그램'등에는 대중적인 코드가 가득하다.

변병준의 '미정'이나 조습의 '무제2' 역시 일반인에게 쉽게 다가가려는 실험적인 독립만화의 노력이 담겨 있다.

지난 1월 열렸던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결산, '천국의 신화'사건 종결의 의미, 한국만화산업 전망 등은 만화애호가들이 진지하게 생각해볼 화두를 던져준다.

"새로운 감성으로 무장한 작가와 작품이 발표되는 지면이자 만화를 좀더 본격적인 문화담론의 영역으로 격상시킬 수 있는 최초의 마당으로 삼겠다"는 김창남(성공회대 신방과 교수)편집주간의 창간글처럼 이 잡지는 이제 제대로 대접받고 싶어하는 우리 만화의 목소리를 생생히 전한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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