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담도'는 S프로젝트의 시작 … 범정부적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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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 한국도로공사의 행담도 개발사업 의혹에 연루된 정부 관계자들이 25일 잇따라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과 올 2월까지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에서 서남해안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정태인 전 동북아위 기획조정실장(현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차장), 이정호 동북아위 기조실장이 그들이다. 이들은 S프로젝트의 전모와 고위층 인사들이 여기에 깊숙이 관여하게 된 배경 등을 설명했다.

*** 정찬용 전 인사수석 김재복 사장 견해차 있어 조언"

-도공과 행담도개발㈜간 분쟁을 중재했나.

"올 1월 사표를 내고 집에서 쉬고 있을 때 행담도개발이 도공과의 견해차가 있어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행담도개발이 돈을 지출하려는데 (도공이) 인건비는 사업비로 지출할 수 없다고 해 문제라고 하기에 5월 3일 손학래 도공 사장과 김재복 사장, 그리고 양사 직원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인건비를 사업비로 지출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하는데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여서 '감사원에 넘겨 묻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김 사장은 어떻게 알게 됐나.

"서울대 문동주 교수를 통해 2003년 9월 만났다. 좋은 생각을 많이 갖고 있더라. IMF 이후 외자가 필요할 때 싱가포르 정부 및 기관을 대표해 우리나라에 200억 달러 정도를 도입했다고 들었다. 개인을 믿을 수 없어 검증을 해달라고 하니 칼빈 유 싱가포르대사가'싱가포르 정부가 김재복을 신뢰한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이후 가끔 만나 얘기를 전해듣는 정도였다."

-행담도 개발은 언제 알았나.

"김 사장을 만났을 때 명함에 '행담도개발'이라고 써 있었다."

-김 사장이 서남해안 개발사업에 참여키로 돼 있었나.

"구상 수준이어서 모르겠다. 저는 그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서남해안 개발 관련 구상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나.

"가끔 심사 때 서남해안이 발전할 수 있는 구상을 몇 사람이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공식 보고는 없었다. 지난해 11월 동북아위원장 보고 때 배석했다. 당시 행담도 개발 문제는 없었다."

-대통령에게 김 사장을 거론했나.

"거론한 적 없다. 다만 주한 싱가포르대사가 서남해안 개발 구상에 적극적이란 말은 한 것 같다."

-공직을 떠난 상황에서 이런 일을 중재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 아닌가.

"그런 일은 해야 한다. 참여정부에서 인사를 담당했던 사람이 그냥 놀면 되겠느냐.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해야 한다. 앞으로도 그런 일을 할 것이다."

-김재복 사장을 어떻게 생각하나.

"자유스러운 사람이었다. 옷차림도 편했고 머리도 지지고 볶았다. 하지만 얘기를 들어보니까 탁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남해안 개발과 관련, 다른 청와대 관계자들과 협의했나.

"나도 아주 멍청이는 아니다. 문동주 교수 등과 만나서 얘기해 봤으나 청와대와는 별 관계가 없다."

*** 정태인 전 동북아위 기조실장 "싱가포르 투자유치 악영향 우려"

-동북아위가 행담도 개발사업에 개입하게 된 경위는.

"주한 싱가포르대사, 김재복 사장, 문정인 위원장과 토론할 때 행담도 개발이 '파일럿 프로젝트(시범사업)'라는 개념을 명확히 했고 이는 MOU에도 들어있다. 규모는 서남해안 개발의 200분의 1이지만 모든 분쟁의 소지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파일럿 프로젝트로 규정하고 행담도를 본 것이다."

-도공과 행담도개발 간의 불공정 계약은 언제 알았나.

"8500만 달러의 채권을 발행해 돈이 들어왔는데, 인출하려면 도공이 자본협약 이행을 채권자들에게 얘기해야 했다. 당시 도공이 감사를 받고 있는 중이어서 여러 이유를 들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지난 2월 도공 사람들을 만났고 그때 처음 자본협약을 봤다. 도공 측에 ▶자본협약이 불리하면 폐기하라▶불법 계약이 아니면 이행하라▶자신이 없으면 전문기관에 문의해 그 판단대로 행동하라고 했다. 질질 끌지 말고 어떤 쪽으로든 빨리 해결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계약을 폐기하면 어떻게 되나.

"도공이 3000억원의 손해를 보게 돼 있었다. 이는 도공이 수익성을 보고 판단할 문제다."

-동북아위에서는 불공정 계약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하는데.

"풋백 옵션이 들어가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도공이 수익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와 비교해야지 풋백 옵션이 붙었다고 불공정한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론 어떻게 판단하나.

"도공 입장에서 땅.휴게소 등이 많아 손해보지는 않을 것이다."

-김 사장에게 향응.접대를 받은 게 있나.

"싱가포르대사, 김 사장, 문 위원장과 저, 기록을 위한 직원이 상당히 많이 만났다. 돈은 반반쯤 냈을 것이다."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말을 했는데.

"언론이 사기극으로 몰고 있다. 유 대사와 김사장은 같이 다닌다. '보스'라 부른다. 싱가포르는 기업이 곧 정부기관이다. 그런 상황에서 싱가포르 대사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번 일로 싱가포르나 김 사장, 싱가포르대사에게 나쁜 영향이 가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S프로젝트는 전남의 꿈이다."

-김 사장을 신뢰하는 근거가 뭔가.

"비공식 파악으로 싱가포르가 우리나라에 20조원 정도를 투자했는데 대부분이 김 사장에 의해 이뤄졌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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