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행담도 지원" 무디스에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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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한국도로공사의 행담도 개발사업 현장에서 매립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

행담도 개발을 둘러싼 정치권의 개입 의혹이 하나 둘 베일을 벗고 있다. 정부가 행담도 개발사업을 단순한 고속도로변 복합 레저휴게시설 개발사업으로 여기지 않고 이를 발판으로 S프로젝트(서남해안 개발사업)에 싱가포르 자본을 유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사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행담도 개발사업과 S프로젝트를 한 덩어리의 사업으로 묶어 행담도 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성이 대두됐었다는 얘기다.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이 행담도개발㈜에 지원 의향서를 써 준 뒷 배경에 이 같은 복잡한 상황이 있었던 것이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동북아시대위원회는 서남해안 개발 추진을 위한 외자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행담도 개발을 지원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행담도개발㈜과 동북아시대위원회는 지난해 7월 서남해안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행담도개발㈜이 S프로젝트의 실질적인 사업 시행자 역할을 맡은 셈이다.

당시 동북아시대위원회 기조실장이었던 정태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차장은 "동북아시대위원회가 S프로젝트를 맡고 나서부터는 문 위원장이 행담도 개발이 파일럿(시범) 프로젝트임을 싱가포르대사에게 분명하게 각인시켰다"고 말했다.

행담도 개발이 규모는 작지만 S프로젝트라는 꽃을 피우기 위한 씨앗으로 다뤄졌다는 얘기다. 정 사무차장은 "파일럿 프로젝트는(S 프로젝트에 비해) 규모는 200분의 1 이지만 거의 같은 컨셉트여서 미리 체크하고 준비한다는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행담도개발㈜이 무디스 등 외국의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행담도개발㈜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써주는 등 전면적인 지원 체제를 가동했다. 심지어 정 사무차장은 올해 2월 초 김 사장에게서 "도공이 계약서를 이행하지 않아 외국 자금을 이용할 수 없다"는 호소를 듣고 '도공에 (계약이)불리하면 폐기하든지, 아니면 이행토록 하라'는 내용의 문건을 건설교통부 차관에게 보내기도 했다.

김기찬 기자

*** S프로젝트 일지

-2003년 말 = 국가균형발전위, 서남해안 개발방안 연구 용역 발주

-2004년 6월 = 동북아위, 외자 유치 통한 서남해안 개발사업 추진

-2004년 9월 = 동북아위, 행담도 개발사업에 대한 지원의향서 발급

-2004년 10월 25~27일=싱가포르의 투자조사단 전남도청 방문

-2004년 11월 29일 = 아세안+3 정상회담 시 한-싱 정상회담, 서남해안 개발 등 양국 협력 논의

-2004년 12월께 = 싱가포르측, 자국의 도시설계회사 CPG에 서남해안 개발 계획 수립 요청

-2005년 1월 11일 = 문화관광부와 전남도 주관으로 서남해안 개발 사업을 추진 결정. 싱가포르 투자 유치는 동북아위가 추진키로 함

-2005년 3월 24일 = CPG 작성 최종 계획을 동북아위가 받아 건교부(국토연구원)에서 검토 후 정부 입장 확정하기로 결정

-2005년 5월 4일 = CPG사, 동북아위에 사업 계획 최종안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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