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사는 여성 <프로골퍼> 구옥희양|야구와 볼링의 묘미 함께 만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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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스테인리스 골프채가 태양에 반짝 빛을 발하면 파란 하늘을 가르며 날던 하얀공이 잔디위에 사뿐히 앉는다. 도심의 공해와 생활의 번잡함, 삶에의 쪼들림이 포물선너머 저멀리 사라지고, 골프채를 휘두르며 백구를 쫓는 골프의맛은 홈런을 날리는 야구의 명쾌함과 수렵의 드릴, 공을 정확히 굴려야 하는 볼링의 묘미를 함께 지닌 20세기의 스포츠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로서 오랫동안 버티어 나가기 위해선 교묘한 테크닉보다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어떻게 이겨나가는가에 달려있다』는 여자프로골퍼 구옥희양(한양컨트리클럽 소속). 1m63cm·52kg의 결코 크지는 않지만 다부진 몸집의 그녀는 작년 여자프로골퍼 5관왕에 이어 올해 4관왕의 영예를 한몸에 안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녀가 골프에 접하게된 동기는 75년 경기도 연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부근에 있는 연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부터라고.
그후 3년만인 78년 프로골퍼테스트에 합격함과 동시에 프로로 데뷔, 79년 쾌남오픈대회우승, 80년 쾌남오란씨 수원·부산 프로선수권등 5개대회우승, 81년 쾌남 부산·동해 프로선수권등 4개대회를 휩쓸어 명실상부한 여자프로골퍼로서의 화려한 지위를 굳혔다.
그녀의 하루일과는 처음부티 끝까지 골프연습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상오 9시에서 하오1시까지는 약1천여개의 공을 날리고 그 나머지시간에는 라운드나 버팅연습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프로골퍼가 되기 위해서는 매년 1회실시하는 프로골퍼테스트에 합격해야하는데 그 수준은 4라운드에 74이내, 3라운드에 73이내는 때려야 한다고. 고등고시합격만큼 바늘구멍이라는 프로골프테스트이지만 기본체력이 뛰어나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의지만 있다면 특히 여성으로선 미개척분야이고 전망도 밝아 권하고 싶은 운동이라는게 구양의 설명이다.
『4년전 첫 해외 원정으르 일본 미쓰비시오픈 대회에 참가하여 예상보다 훨씬 부진한 성적으로 귀국했을 때의 상처가 늘 자극이 되었습니다. 내년 5월 일본의 요미우리 레이디즈·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그때의 아픔을 되새기며 「연습만이 정상을 지키는 일」이라는 각오로 준비하고 있읍니다.』
격무에 시달리그 운동을 못하는 정신 노동자들에게 긴장해소와 체력증진및 사교를 위해 널리 이용되고있는 외국의 골프계와는 달리 한국적여건에서는 골프가 대중적인 여가생활이나 스포츠로서 이용되려면 아직은 시일이 필요할것 같다. 그녀 역시 프로골퍼라고는 하지만 프로다운 생활을 하지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돈보다는 하고싶은 일을 할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는 그녀는 『회원이 아니더라도 아무나 가서 골프를 즐길수 있는 대중골프장인 퍼블릭코스가 많이 생겼으면』하는 바람이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위로 새분의 오빠를 모시고 생활해 온 외동딸이자 막내인 구양은 25세의 미혼여성. 햇볕에 알맞게 그을어 싱그러운 표정이다.
구양의 플레이를 지켜본 재일동포 골프애호가들이 『일본에 진출하면 상위권입상은 무난할 것』이라고 한결같이 진단하는것을 보면 그녀의 피나는 노력이 세계정상을 향해 도전할 날도 멀지않을듯 싶다.
어릴때부터 육상·배구·던지기등 운동을 즐겨했다는 구양으로서 『나에게 골프는 단순한 취미나 스포츠가 아니라 일종의 운명이라는 느낌』이라고 얘기한다. 3개월간의 서귀포동계전지훈련준비로 그녀는 지금 서둘러 짐을 챙기고있다. <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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