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정부가 꼭 나서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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즘 정부가 발표하고 있는 부동산 대책들의 효과는 단기에 그칠 것입니다.” 아시아부동산학회 회장(2001~ 2002년)을 역임했고 현재 건교부 부동산공개념연구위원회 위원인 김경환(경제학) 서강대 교수는 5·4부동산 대책 등 일련의 정부정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지금 한국이 겪고 있는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공급 부족’인데 정부가 엉뚱하게 세금이나 규제로 풀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시장주의를 벗어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눈앞의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19세기 미국 사상가 헨리 조지의 ‘토지단일세론’을 설명하며 “정부의 조지이스트들은 헨리 조지의 가르침을 제대로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양도세·보유세 등 세금을 올려 부동산값을 안정화하려는 것 같은데 이러한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정부가) 양도세와 보유세를 강화하려는 의도는 다주택 보유자에게 집을 팔라는 것입니다. 만일 주택이 100채가 있고 100가구가 있으면 보급률은 100%가 되겠죠. 이 중 절반인 50가구가 2주택을 소유하고 있고, 절반은 세 들어 산다고 가정해 볼 수 있습니다. 만일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양도세와 보유세를 높이면 2주택 소유자들은 집을 팔 것이고, 무주택자는 집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겁니다.

참여정부의 정책 의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문제가 있는 정책입니다. 세금을 통한 주택의 재분배 효과는 주택 전체의 양이 고정돼 있는 상황에서는 가능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시간이 흐르면 100채 중 일부를 다시 지어야 합니다. 노후 주택에 대한 재건축이 필요한데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오는 자본이 줄다 보면 신규 주택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입니다.”

김 교수는 양도세를 높이는 경우 변두리 소형 아파트부터 줄여나가는 다주택 보유자들의 성향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2003년 10월 29일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 종합대책 발표 이후 20평 이하 아파트 가격은 12% 내렸지만 50평 이상 아파트는 오히려 6% 증가했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강남 대형 아파트들은 계속 상승하고 오히려 서민 아파트 가격만 내려놓는 결과가 됐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왜 우리나라 비싼 동네의 집값을 책임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고급 주택가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특정 지역을 다스리려는 것이 아니라 진정 부동산 가격 안정을 원한다면 주택정책 대상을 ‘평균 가격 이하’로 잡아야 한다고 김 교수는 역설했다.

“건물에는 과세하지 말라”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토지단일세론’을 편 헨리 조지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의 이론을 부동산 정책에 이용할 경우 현실적인 문제는 없습니까.

“헨리 조지는 토지단일세론을 통해 부동산을 가진 이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이론을 폈습니다. 헨리 조지의 주장이 참여정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그의 가르침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군요. 조지는 토지에는 과세해도 건물에는 과세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단일세는 인간의 노동이 들어간 자본인 건물에 대한 과세를 금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한 건물이 있다 하더라도 50년 후에는 다시 지어야 합니다. 만일 재건축에 사정이 생기면 건물은 없어질 수 있는 자산입니다. 하지만 토지는 계속 남아 있지요. 만일 건물에 과세하면 건물에서 얻어지는 수익이 줄어들어 건물에 투자하려는 의도가 위축되게 됩니다. 건물을 수익을 창출해내는 생산 요소로서 다른 경제활동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자산으로 생각한 거죠.

이런 헨리 조지의 생각과는 달리 현 정부는 토지와 건물 모두에 과세한다는 정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새로 짓는 주택 대부분이 아파트이고 기존 주택의 절반 이상 역시 아파트인 상태에서 건물에 대한 과세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자본에 대한 과세가 계속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른 투자처를 찾게 되고 이로 인해 자본 배분의 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앞으로도 부동산 억제 정책을 계속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이는데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물론 정부 정책으로 인해 투기가 많이 줄어들 것이고 가격 상승도 둔화할 것이라 봅니다. 하지만 수년간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을 보면 위치와 평수에 따라 상승 범위가 제각각이고 평당 가격 격차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계속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부동산 전망에 대해 소폭 하락이라는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 부동산값 상승 현상이 여기저기서 일어났지요. 정부 정책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부동산값이 세계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 아닌가요.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그렇게 많이 오른 것도 아닙니다. 2000년대 들어 전 세계 부동산값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미국 LA, 영국 런던의 경우 두 배나 올랐습니다. 부동산값 상승은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저금리의 영향이 크고, 도시별로는 역시 공급 부족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90년이 정점이었고, 지금은 오히려 낮아진 상태입니다. 사람들이 물가 상승은 생각하지 않고 주위 집값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오해가 생긴 것이지요."

가용 토지의 면적 늘려야

그러면 부동산값 안정을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파트값이 오르고 투기 현상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은 앞으로도 부동산값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몰리다 보니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죠. 강남아파트 투기 현상은 그 지역에서 아파트가 새로 공급될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나라든지 국토 전체 면적은 늘릴 수 없지만 가용 토지의 면적은 늘릴 수 있는 법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용토지는 전 국토의 2.5%에 불과합니다. 농지와 임야는 각각 21%와 65%인데 이를 조금만 풀면 가용 토지를 늘릴 수 있습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안정되고, 투기 심리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용토지의 면적은 늘리지 않고, 세금을 통해 수요를 줄여 집값을 잡기보다는 국민의 평균 주거 면적을 넓히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도 주택값이 많이 오르는 도시들은 자연적 요인이나 규제로 인해 공급이 제한된다”며 “이들도 부동산 소유 및 거래에 높은 재산세를 부과했지만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부동산세는 한국보다 높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값이 50% 이상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역시 과세 정책을 통한 인위적인 해결보다는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주장이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1957년 서울生
1980년 서강대 경상대 졸업
1987년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
1989년 세계은행 상담역
1991~92년 아시아 부동산학회 회장
현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건설교통부 부동산공개념연구위원회 위원

<이코노미스트 7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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