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간첩단 등 9명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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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가안전기획부는 최근 북괴에서 간첩교육을 받고 국내에 들어와 간첩활동을 해온 재미교포 간첩 홍선길(50), 모국유학생으로 위장해 학원가에서 암약해온 재일교포 2세 간첩 진리칙(23), 기술연수차 일본에 갔다가 북괴공작원에게 포섭된 간첩 김장길(39)등 3개 간첩단 일당 9명을 검거, 검찰에 송치했다고 6일 발표했다.
수사기관은 이번에 검거된 간첩망은 모두 미국·일본에 거점을 둔 북괴의 해외공작망과 연결되어 우회침투한 간첩들로서 국내 연고자들을 포섭, 해외여행 또는 이민주선 등의 방법으로 입북을 유인하거나 학원소요 등을 배후조종 해 사회불안을 획책했고 군사기밀탐지 및 산업정보수집 등 망별특성에 따라 활동방법이 다양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북괴는 해외교포를 제3국을 경유해 입북시킬 때 입북사실을 감추기 위해 휴대중인 한국교포여권을 일시보관시킨 후 가명으로 된 소위 북괴공무여권을 교부해 입북시켰다가 돌아올 때 다시 바꿔주는 수법을 썼고 국내실정에 어두운 교포2세 또는 재일교포의 국내연고자를 교묘히 포섭, 세뇌시켜 간첩으로 침투시켜왔다는 것이다.
◇재미교포 간첩 홍선길(50·기술공) 사건
간첩 홍은 31년 평북 신의주출생으로 부산·서울 등에서 기계기술공으로 있다가 77년 취업차 도미한 후 재미교포간첩 「폴·장」(43·한국명 장준환)에게 포섭되어 지난6월17일 체코와 소련을 경유, 평양으로 입북해 21일간 대남공작지도원으로부터 김일성주체사상·고려연방제통일방안의 당위성등 교육을 받았다.
홍은 7월9일 남한에 침투하여 동조자를 물색, 입북시키라는 등의 지령과 공작금 1천5백달러를 받고 모스크바·오스트리아·미국을 거쳐 7월13일 국내에 잠입, 서울 도선동 외사촌 누이 장옥렬(57) 집에 머무르면서 친형 홍명길(59) 홍동길(56), 동서 한명섭(61), 고향친구 백악구(49)등과 접근해 친구 백과 대동 월북을 꾀하는 한편 검문소 위치와 수색상황, 인천∼시도간의 해안경비상황, 광주사태에 따른 여론 등 국가기밀을 수집했다.
이 사건의 관련자 백악구(구속)는 홍의 입북사실과 북괴를 찬양하는 말을 듣고도 이를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홍에게 용돈을 주는 등 편의를 제공했고, 홍명길·홍동길·한명섭·장옥렬·최종만(이상 불구속)등도 홍으로부터 북괴를 찬양하는 말을 듣고도 신고하지 않은 혐의다.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 진리칙(23) 사건
간첩 진은 76년 일본 광도대학 재학 중 조총련 광도현본부 정치부장 황진대(40)에게 포섭되어 4년간 김일성주체사상·공산주의 이론·남한혁명의 당위성 등 사상교육을 받은 후 80년 대학졸업과 동시에 조총련으르부터 학원소요 배후조종, 일본유학희망학생포섭, 남한의 정세수집 등 간첩지령을 받고 모국유학생을 가장, 서울대부설 재외국민교육원생으로 침투했다.
이어 진은 황모(20·외대2년) 권모(20·서울대사대2년)등과 접촉, 이들을 포섭대상자로 정하고 학원가의 불순유인물살포, 시위상황 등을 보고하는 한편 청와대정문 및 북악산일대의 군경비실태, 제3땅굴주변 군부대경비실태, 학원가 반정부소요상황, 현대조선·포항제철·문화방송국 등 주요시설의 경비실태등 국가기밀을 수집해 조총련에 보고했다. 대학생 황·권은 진이 간첩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접촉한 사실이 밝혀져 훈방조치됐다.
◇간첩 김장길(59) 사건
간첩 김은 70년 일본에 있는 아버지 김종호로부터 엑스포70관광 및 전자도장기술습득명목으로 초청을 받아 도일한 후 재일 북괴공작지도원 박상룡(58)에게 포섭되어 일화 88엔을 공작금으로 받고 귀국했고 73년8월 하순 다시 도일, 옥포조선소의 부지·도크규모·공사기간등을 제보한 뒤 공작금으로 일화 1백12만엔을 받고 귀국했다.
이어 김은 73년9윌 자신이 경영하는 극동철기상사가 옥포조선소 건설공사장에 자재를 납품하고 있음을 이용, 옥포조선소 건설현장사진·공사규모 등과 부산·경남일대의 군사시설등 국가기밀을 수집, 보고하고 북괴지도원으로부터 울산공단경비상황, 현대자동차 공장규모, 남한의 미사일기지 배치상황 등을 알아내라는 지령을 받고 암약하다가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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