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번엔 대통령 자문기구 낀 개발 의혹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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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감사원이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 도로공사 전.현직 사장을 조사하고 있다. 행담도 개발사업에 관여한 의혹 때문이다. 행담도 개발은 도공과 싱가포르 회사가 합작해 서해안고속도로가 지나는 당진 행담도를 종합관광단지로 만드는 사업이다. 의혹의 핵심은 행담도개발㈜의 지분을 불과 10% 소유한 도공이 사업에 실패할 경우 싱가포르 회사에 1억500만 달러를 물어주기로 보증한 점이다. 사업이 잘될 경우 싱가포르 회사는 지분 90%만큼 이득을 챙기고 안 되면 도공이 책임지는 명백한 불공정 계약이다. 당시 도공의 일부 이사도 고유의 영역을 벗어나 수익사업에 손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도공은 적자여서 고속도로의 휴게소를 민간에 매각할 정도다. 그런데도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계약을 맺은 까닭이 궁금하다.

문 위원장은 행담도개발이 미국에서 채권을 발행할 때 추천서를 써줬다고 한다. 도공과 직접적으로 업무 연관이 없는 대통령 자문기구 위원장이 나서 추천서를 작성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동북아시대위 측은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서남해안개발계획 성공을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서남해안개발계획에 행담도는 포함돼 있지 않다. 도공과 행담도개발 사이에 계약 분쟁이 발생하자 문 위원장이 중재 역할을 한 것도 의문이다. 그가 개입할 자리가 결코 아니다. 채권 전량을 정통부 우정사업본부와 교원공제회가 매입한 것은 더욱 의심스럽다. 어떻게 알고 미국까지 가서 사들였는지 이상하기 짝이 없다. 정부기관 또는 고위층의 권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행담도 의혹은 철도공사의 유전 개발 의혹에 이어 또 공기업이 외부의 압력에 의해 사업 범위를 벗어나 외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감사원은 철저하게 조사해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지난번 유전 개발 감사처럼 핵심 인사의 외국 도피를 방관하고 실체적 진실에는 접근하지도 못하는 흐리멍덩한 감사를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없으면 당장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