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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뇨기계질환<198>혈뇨 |채수응<경희의료원 비뇨기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비뇨기과에서는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을 중병이 있다는 증거로 보고, 철저한 검사를 하게된다.
그러나 혈뇨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같은 질병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혈뇨의 원인도 나이와 성별에 따라 차이가 많기 때문이다.
20세 이하에서 혈뇨가 생기는 원인은 급성사구체신염이 가장 많고 다음이 요로감염·선천성기형의 순이지만 20∼40세에서는 요로감염·결석·방광암의 순으로 바뀐다.
40∼60세는 남자에게서 방광암·결석·요로감염의 순이고, 여자에게서는 요로감염·결석·방광암의 순이 되나 60세 이상에서는 남자가 전립선비대증과 방광암, 여자가 방광암과·요로감염에 의한 혈뇨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혈뇨의 형태를 보고도 출혈부위와 원인을 추측할 수 있다. 피가 소변 전체에 석여 나오면 신장·요관·방광에 병을 의심하게 되고 소변 첫 부분에만 피가 섞이고 끝이 맑아지면 요도에 이상을, 처음은 소변이 맑으나 끝에 가서 피가 섞이면 방광입구나 후부뇨도에 이상을 의심하게된다.
또 복통이나 열이 함께 나타나면 결식이나 염증이, 소변이 자주 마렵고 배뇨통이 있으면 방광의 병을, 통증이나 기타 다른 증상이 없이 혈뇨일 때는 신장이나 방광의 종양을 의심하게 된다.
평소 아주 건강하게 지내던 48세의 사업가 P씨가 3일간 계속되는 혈뇨 때문에 병원을 찾아왔다. P씨의 말로는 6개월간에 꼭 한 번 혈뇨가 있었으나 통증이라든가 열도 없었고 아무런 치료 없이도 괜찮아져 과로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알고 별로 걱정을 안했다는 것이다.
P씨처럼 간헐적인 혈뇨일 때는 방광이나 신장에 종양이 있을 가능성이 많아 우선 방광경검사를 실시했다. 방광경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면 다음단계로 신장X레이촬영을 하게 되는데 P씨는 방광경검사에서 콩알 크기의 혹이 방광후벽에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다행히 P씨의 경우는 혹이 하나뿐이고 방광벽으로 퍼지지 않았기 때문에 내시경적 절제수술을 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항암제로 방광을 세척하고 현재 경과를 관찰하고 있다. 내시경적 절제수술을 받았을때는 남아 있는 방광에서 혹이 재발되는 수가 많아 3개월에 1회씩 방광경검사를 받게되며 3년간 재발이 없으면 그 이후는 1년에 한번씩 검사를 받게된다.
우리나라는 비뇨기과 종양 중 방광암이 가장 많은데 그 원인은 분명치 않으나 흡연·인공감미료 등이 원인물질로 의심받고 있다. 증상으로는 혈뇨가 가장 먼저, 또 자주 나타나며 암이 퍼져 방광벽을 파고들거나 궤양을 일으키고 2차적으로 염증이 생기면 소변이 자주 마렵고 통증도 나타난다. 병이 악화되면 빈혈·체중감소·전신쇠약 등에 이르게 된다.
P씨와는 달리 혹이 여러 개 있거나 방광벽으로 깊이 파고들어간 경우에는 방광을 모두 제거하고 인공방광을 만드는 수술과 함께 방사선 치료를 하게된다.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면 요로전환수술·방사선치료·항암제를 사용하지만 아직까지 항암제는 큰 도움이 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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