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입양 정책 이대로 좋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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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20대 미혼모가 입양기관에서 빼앗아간 아기를 찾아달라며 한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측에 도움을 요청해 왔다.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낳자마자 입양기관이 자신의 허락도 없이 아기를 데려갔다는 것이다. 제왕절개 수술 후 마취도 깨기 전 생이별했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었다.

제작진이 취재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입양기관과 산부인과 간에 20만원의 뒷돈이 오간 흔적을 확인됐다고 한다. 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KBS'추적 60분'이 25일 '아기를 수출하는 나라-해외 입양의 두 얼굴'(사진)편을 통해 해외 입양에 얽힌 갖가지 소문의 진상을 파헤친다. 특히 엄마라는 이름을 빼앗긴 미혼모들과 고국으로 돌아오고 있는 해외 입양인들의 충격적인 증언들도 소개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한해 입양되는 아이 3800여명 가운데 약 2300명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 그 중 99.9%는 미혼모의 아이들이다. '추적 60분'은 미혼모 시설에서 아기를 입양기관에 떠나보내는 가슴 아픈 사연을 카메라에 담았다. 미혼모 네 명 중 한 명은 자신의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아무런 시설이 없어 아기를 포기하고 있다. 평생 가슴에 멍에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미혼모의 피맺힌 절규를 들어본다. 이와 관련해 인권단체들은 해외 입양의 경우 국가가 아이들의 수출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무엇보다 입양 후 관리 시스템이 없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엔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한 세계 입양인 대회가 성황리에 끝난 후 한 입양인이 투신 자살했다. 그는 왜 죽음을 택해야 했을까. 하지만 미국 시민권을 가졌다는 이유로 모든 처리가 미 대사관측에 넘겨졌고, 자살 원인은 묻혀졌다고 한다.'추적 60분'은 최근 성인이 된 많은 해외 입양인들이 돌아와 해외 입양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이들은 조국이 자신들을 수출품처럼 팔아 넘겼다고 믿고 있다"고 설명한다.

제작진은 "가난 때문에 해외 입양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1960년대 보다 세 배나 더 많은 아이들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며 "한국 입양 정책의 문제와 대책을 심도있게 논의할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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