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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난 한국 주먹, 12년 만에 금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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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신종훈이 아시안게임 남자 복싱 49㎏급 결승전에서 비르잔 자키포프에게 3-0 판정승을 거둔 직후, 링 위에서 태극기를 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대한민국 복싱의 자존심 신종훈(25·인천시청)이 3일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복싱 라이트플라이(49㎏ 이하)급 결승에서 비르잔 자키포프(카자흐스탄)에 3-0 판정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따냈다. 2006년 도하와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노골드에 그쳤던 한국 복싱이 12년 만에 얻은 금메달이었다.

  신종훈은 매서운 몰아치기로 상대를 압도했다. 마지막 3라운드에는 가드를 풀고 스텝만으로 상대 주먹을 피하는 여유를 보였다. 4년 전 8강에서 자키포프에게 패했던 아픔도 되갚았다. 신종훈은 “이번엔 자키포프가 작아보였는데, 그 때는 왜 그렇게 커 보였는지 모르겠다”며 기뻐했다.

 신종훈은 효자 복서로 유명하다. 경북 구미에 사는 아버지는 환경미화원이다. 여섯 식구가 두 칸짜리 방에서 지냈다. 신종훈은 중학교 3학년 때 복싱 대회에 상금이 있다는 걸 알고 운동을 시작했고 소질을 발휘했다. 대학에 가지 않고 실업팀으로 간 것도 가족을 위해서였다.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는 아파트와 차를 아버지께 사 드리기도 했다.

 신종훈은 11월부터 ‘국제복싱연맹(AIBA) 프로 복싱’(APB)에 출전한다. 프로들도 나서는 이 대회는 대전료를 받으며 성적에 따라 올림픽 쿼터도 딸 수 있다.국내에서는 신종훈이 유일한 참가자다. 신종훈은 “아시안게임은 끝이 아니다. APB에서 경험을 쌓아 2016 리우 올림픽에서는 런던에서 못 이룬 메달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56㎏의 함상명(19·용인대)도 금메달을 땄다. 함상명은 눈이 찢기면서도 투혼을 발휘해 중국의 장자웨이를 3-0 판정으로 꺾었다. 쌍둥이 복서인 64㎏급 임현철(19·대전대), 81㎏급 김형규(22·한국체대)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태훈(20·동아대)은 태권도 남자 54㎏급에서 결승전에서 대만 황위런을 14-3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수확했다. 남녀 세팍타크로는 세계 최강 태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나란히 은메달을 땄다. 근대5종은 개인전에서 정진화(25·울산시청)가 은메달,남자 단체에서 동메달을 추가했다.

 한국은 폐막을 하루 앞두고 금메달 77개, 은메달 71개, 동메달 80개로 종합 2위를 지켰다. 당초 목표였던 금메달 90개 달성은 힘들지만 4년 전 광저우 대회(금 76개)보다는 나은 성적이다. 150개에 육박하는 금메달을 쓸어간 중국은 독주 체제를 이어갔고 일본은 금메달 46개로 3위에 머물렀다.(3일 오후 9시 현재)

 한국은 펜싱이 금메달 8개로 효자 종목 구실을 톡톡히 했다. 구기 종목에서도 선전했다. 여자 농구·배구·핸드볼·하키에서 잇따라 금맥을 캤고, 남자축구·야구·농구에서도 짜릿한 금메달을 선사했다. 하지만 기초 종목인 수영과 육상에서는 한 개의 금메달도 얻지 못했다. 인천 아시안게임은 4일 오후 6시 폐막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다음 대회는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다.

인천=김효경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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