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부총리 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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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타리크 아지즈 이라크 부총리가 미.영 연합군에 자수했다고 미군 중부사령부가 25일 밝혔다.

이본 럭손 중부사령부 대위는 이날 "아지즈가 밤 사이 연합군에 투항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미군이 지명수배한 이라크 지도부 55명 중 지금까지 신병이 확보된 인물은 모두 12명으로 늘어났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아지즈가 붙잡힌 게 사실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려 사실임을 확인해줬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영국 총리실도 "환영할 만한 진전"이라며 환영했다.

아지즈는 대통령.부통령에 이은 권력서열 3위로 지금까지 미.영군에 붙잡힌 이라크 요인 중 최고위급이다.

그는 20년간 외무장관.부총리를 지내며 '이라크의 입'역할을 해왔다. 미국은 아지즈의 체포로 후세인의 행방과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단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83년 외무장관이 된 아지즈는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서방국가들이 이라크 편을 들게끔 하는 데 수완을 발휘했다.

그는 이듬해에는 백악관을 방문해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을 만나 미국과의 외교관계 개선을 이뤄내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91년 미.영이 주도한 다국적군이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를 공격하자 그는 미국 대통령과 영국 총리를 '범죄자'로 묘사하면서 거침없고 신랄한 화법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아지즈 부총리는 이번 이라크 전쟁 기간 내내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아 그의 신변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그가 미국의 최후통첩 직후 "미군에 투항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라크 북부도시 모술의 기독교도 집안 출신인 그는 3%에 불과한 이라크 기독교계 주민 중 가장 출세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러나 후세인의 권력기반인 티크리트 출신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지명도에 비해 실권은 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그다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57년 바트당 기관지 '알줌후리야'편집장으로 일하면서 사담 후세인과 인연을 맺었으며 바트당 공보 책임자(63년), 공보장관(74년).외무장관을 거쳐 98년 부총리를 맡았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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