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구 국정원장 임명 갈등 폭발] 격노한 盧대통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고영구(高泳耉)국정원장 임명에 대한 국회 정보위의 '부적절' 판단과 한나라당 측의 철회공세에 대해 25일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불만을 토로했다. "월권(越權)"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드러냈다. 그 대상은 네 가지였다.

우선 국회 정보위의 과거 정보기관 전력을 지닌 의원들이었다. 盧대통령은 "국정원이 과거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할 때 행세하던 사람이 나와서 (후보자에게)색깔을 씌우고 있다"며 "옛날엔 대통령 말 잘 듣는 사람을 국정원장 시켰지만 이번엔 잘 안 듣는 사람을 시켰다"고 했다.

盧대통령의 언급은 高원장의 '이념적 편향성'을 파헤치는 주 공격수였던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鄭의원은 안기부 대공수사국장과 1차장을 지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권을 각종 공작정치로 얼룩지게 만들어 국정원 개혁의 근거를 제공한 장본인이 과연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불만은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 분립'에 관한 대목. 盧대통령은 "국회가 후보자의 자질과 역량을 검증할 수는 있지만 최종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라고 거듭했다.

高원장 임명과 추경 편성 등의 국회 일정을 연계하려는 한나라당의 후속 대응에 대해서도 盧대통령은 '볼모 삼기'행태라고 말했다.

한 참모는 "낡은 정치 청산을 내걸어 당선됐고 취임 후 나름대로 여야 간 대화 문화를 위해 애써 온 대통령으로선 이 같은 연계 공세를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의 행태도 불만의 대상이었다. 高원장이 "정책에 대해 답변을 하려면 거의 끊기고…"라고 하자 盧대통령은 "논리적으로 답변하면 어린아이 대꾸한다고 나무라는 식"이라고 동감을 표시했다.

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