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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오차 있어도 ‘동작 그만’ … 인공관절 로봇수술 무결점 재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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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택 병원장이 말기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로봇수술은 10년이 지나도 인공관절 중심축이 어긋난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 [사진 이춘택병원]

과학과 의학을 접목해 의료기술을 선도하는 전문병원이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관절전문병원인 이춘택병원(경기도 수원)이다. 이곳은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특화했다. 로봇을 이용해 치료가 까다로운 말기 퇴행성관절염 환자를 수술한다. 세계적으로 독일·일본에 이어 세 번째다. 그동안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9000여 건 시행했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수술 건수다.

퇴행성관절염은 나이가 들면서 무릎 안쪽의 연골이 닳는 병이다. 연골이 거의 마모되면 움직일 때마다 뼈 끼리 닿아 통증이 발생한다. 인공관절 수술에서 중요한 것은 정확·정밀성이다. 엉덩이·무릎·발목으로 이어지는 다리 중심선 축을 얼마나 잘 맞추느냐에 따라 수술 결과가 달라진다. 엉덩이 관절축 중심에서 발목관절축 중심으로 수직선을 그었을 때 선이 무릎 한가운데로 지나가야 한다.

문제는 사람마다 뼈 손상 정도·부위·모양·크기 등이 다르다는 점이다. 다리 중심선 축을 정확하게 맞추지 않으면 인공관절이 감당해야 할 무게가 고르게 분산되지 않는다. 관절이 한쪽으로만 빠르게 닳아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육안으로는 다리 중심선 축과 각도를 정확하게 맞추기 까다롭다.

로봇 수술 10년 장기 안전성 입증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이런 부족함을 보완했다. 3차원 CT(컴퓨터단층촬영)를 이용해 환자의 뼈 모양·크기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최적의 수술방법을 찾는다. 환자의 피부를 얼마나 째고, 인공관절을 어느 각도로 갈아 끼워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수치를 산출한다.

로봇은 이를 바탕으로 환자 상태에 맞춰 인공관절 수술을 진행한다. 수술 중 계획된 설정 범위에서 0.1㎜의 오차만 생겨도 스스로 작동을 멈춘다. 의사가 직접 하는 것보다 오차가 적다. 이춘택 병원장은 “미리 설계한 계획에 따라 인공관절을 삽입해 수술 성공률을 높였다”고 말했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의 장점은 수술 결과로 확인할 수 있다. 수술 부위를 적게 째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수술 후 일상생활 복귀를 위한 재활기간도 짧다. 이춘택병원에서 퇴행성관절염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기존 방법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와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 등 두 그룹으로 나눠 수술 결과를 비교했다.

피부 절개 크기는 기존 18㎝에서 10~11㎝로 7~8㎝ 줄었다. 수술 시간은 90분에서 50분으로 단축했다. 일상생활 복귀도 빠르다. 인공관절 수술 후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재활치료가 필수적이다.

이춘택병원은 2주간 입원기간 중에 재활치료를 모두 완료한다. 이춘택 병원장은 “로봇 수술은 정확도가 높아 재활 치료기간을 상당 기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뒤 보행은 일주일, 일상 복귀까지 3~6개월이 걸린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는 4시간 후면 걸어다니고, 1개월이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장기 안전성도 확인했다. 이춘택병원은 최근 대한정형외과 컴퓨터수술학회에서 로봇으로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 354명(457례)의 10년 추적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인공관절 중심축이 10년이 지난 후에도 어긋난 경우는 하나도 보고되지 않았다. 무릎의 운동기능 등을 평가한 슬관절 점수는 평균 91.7점(수술 전 슬관절 점수 30.1점)으로 수술 직후와 비슷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정도면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다.

 
로봇인공관절연구소서 수술 진화 주도

로봇 수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도 이춘택병원의 장점이다. 자체 로봇인공관절연구소를 통해 로봇수술 관련 기술과 프로그램을 꾸준히 연구·개발하면서 로봇 인공관절 수술의 진화를 주도하고 있다.

한국인에 맞는 최소침습수술법, 뼈 절삭법, 뼈 위치를 알려주는 정합시스템, 로봇으로 뼈 절삭과 인대 균형을 동시에 맞추는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이춘택병원은 이를 통해 초기 로봇수술의 단점을 개선했다. 연구를 거듭하면서 수술에 걸리는 시간도 지속적으로 단축했다. 인공관절 마모를 최소화해 인공관절 수명을 늘리고 재수술 위험을 크게 줄였다.

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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