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수술 중인 수술실을 급습하다니…"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경찰의 이비인후과 압수수색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살인미수죄’까지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서초경찰서는 허위진단서 발급 혐의로 서울 강남의 한 이비인후과의원을 압수수색했다. 해당 의원의 비중격만곡증, 비성형수술에 대한 민간의료보험 보상이 많아지자 허위진단서를 발급한 보험사기로 보고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이다.

문제는 경찰과 동행인들이 의사가 환자를 수술 중인 상황에 수술실을 급습했다는 점이다. 당시 환자는 수면마취 상태였으며 혐의를 받고 있는 의사는 수술을 집도 중이었다.

당시 경찰과 동행인은 수술 중인 의사에게 각종 서류 제출을 요구하고 수술실을 수색해 약 8분간 수술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 자료 사진

이에 의료계는 의사의 진료권과 환자의 생명권을 위협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29일‘환자의 생명권까지 위협한 사태’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수면마취 상태의 환자가 수술이 중단되고 지연되는 경우 매우 심각한 뇌손상을 불러올 수 있고, 수술실에 외부인이 들어와 각종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의 위험이 높아져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

의협은 “이번 사건은 의사의 의료행위, 그 중에서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수술 과정 중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 사태의 심각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대한의원협회는 “수면마취를 받고 있는 환자가 어떠한 의학적 감시나 조치를 받지 못하는 상태로 방치되도록 한 것은 명백한 살인미수”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한 “비록 압수수색이라는 행정행위를 집행한 것이나, 수면마취 중인 환자를 앞에 두고 수술집도의에게 수술을 못하도록 한 것은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며 업무방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경찰의 압수수색 과정에 동행한 이들은 경찰이 아닌 민간보험사의 직원들로 추정되고 있어 의료계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경찰의 압수수색영장에 포함되지 않은 재벌 보험회사 직원들이 불법으로 압수수색에 참여 하였고, 심지어 압수 수색영장에 금감원 직원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자들은 금감원 파견직원도 아닌 그냥 재벌 보험회사 직원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의원협회 역시 “보험회사 직원이 마치 경찰인 양 스스로를 사칭하고, 병원 직원에게 진술서를 받는 등의 직권을 행사한 것은 명백한 공무원 자격사칭죄”라고 꼬집었다.

보험회사 직원의 공무원 자격사칭을 경찰이 방조한 점, 압수수색에 보험회사 직원이 참여한 점, 금감원이 압수수색을 요청하는 과정의 의혹 등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 후 불법행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원협회는 “이번 사건은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한 민간보험회사와 민간기업의 사익을 위해 금감원과 경찰 등이 결탁되어,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른 대단히 몰상식하고 비상식적인 작태”라고 규정했다.

더불어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들을 발본색원하고 강력하게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의협 역시 “압수수색 과정에서 병원직원들에게 경찰을 사칭하며 강압적이고 무리한 수사를 강행하였다는 점에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반드시 범법행위를 한 자들의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전국의사총연합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1일 경찰과 보험사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로 결정했다.

고발장 접수에 앞서 열리는 기자회견에는 압수수색 당시 수술을 받고 있었던 환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의총은 “ 경찰과 재벌 보험회사의 결탁이 의심된다”며 “실제로 경찰 퇴직자 상당수가 보험회사 조사원으로 재취업하고 있는데, 보험사기범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이들이 경찰을 사칭하거나 병원 직원들을 겁박하거나 위협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주장했다.

전의총은 고발장 접수에 이어 2일에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보험사 건물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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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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