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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버스에 막힌 종로·명동, 언제까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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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청사 앞쪽에 불법 주·정차한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들 버스는 명동·경복궁 일대에 외국인 여행객을 태워다 준 뒤 관광 일정이 끝날 때까지 이곳에서 대기한다. [김상선 기자]

지난 26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 영플라자 앞. 요우커(遊客·중국관광객)들을 태우고 온 관광버스들이 쉬지 않고 주·정차를 반복했다. 몇몇 관광버스들이 깜빡이를 켜 놓고 10분 이상 정차를 하자 편도 4개 차로 중 1개 차로가 금세 관광버스로 가득찼다. 순서를 기다리던 관광버스들이 2차로로 나와 요우커들을 내려주기 시작했다. 모범운전자회와 롯데 측 주차요원이‘삐이익삐이익’ 호각소리를 울리며 정리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차량을 정리하던 권모(56)씨는 “최근에는 인천아시안게임으로 중국관광객들이 늘어 관광버스가 더 많다”며 “1시간에 50대의 관광버스가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보다 4시간 전, 경복궁 일대 도로도 상황은 비슷했다. 경복궁 옆 돌담길에조차 차를 세우지 못한 관광버스들은 광화문 광장 옆 도로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관광버스 6대가 세종대로에서 안국역 쪽으로 우회전 하는 차로 1개를 막아섰다. 우회전을 앞둔 차량들이 차선을 바꾸느라 뒤엉켜 있었다.

 서울 도심 곳곳이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복궁, 명동 롯데백화점, 남산한옥마을 등 유명 관광지를 끼고 있는 중구·종로구의 도심지가 주요 혼잡지역이다. 일부 도로에서는 관광버스들이 1, 2차로까지 차지하고 이중주차를 하는 바람에 ‘관광버스 산성’이 세워지기도 한다. 수차례 언론보도를 통해 문제 제기가 됐음에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 2013년 8월 5일자 10면 참조

 시민들의 불만은 적지 않다. 경복궁 인근의 횡단보도를 건너던 송기호(36)씨는 “덩치가 큰 관광버스에 가려 달려오는 차들을 못 봐 차에 치일뻔한 적도 있다”며 “경찰이 서서 뻔히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단속을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관광버스 기사들도 볼멘 소리다. 경복궁 앞에서 만난 버스기사 신종관(70)씨는 “불법 주정차를 하면 단속때문에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고, 과태료로 한 달에 20만원씩 나갈 때도 있는데 우리라고 정식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싶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서울시내 관광버스 주차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에 필요한 관광버스 주차장은 788대 수용 규모다. 하지만 정작 주차는 571대만 할 수 있다. 200여대의 관광버스가 시내를 배회하거나 불법 주·정차를 할 수밖에 없다. 남산한옥마을의 경우 대형관광버스는 1대만 주차가 가능하다. 17년 경력의 관광버스기사 김모(62)씨는 “한옥마을주차는 로또, 경복궁 주차는 연금복권 당첨”이라며 “주차시설은 마련하지 않고 관광객을 받아놓고 우리한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서울시는 2018년까지 관광버스 주차장을 571대에서 927대로 크게 늘리기로 했다. 삼일로(78대), 경기상고(46대) 등에 338억9900만원을 들여 주차장을 만들고,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에도 주차장(100대)을 만드는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심지에 1대 분의 관광버스 주차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5억원 이상이 든다”며 “신축건물을 지을 때 주차장 조성을 권고하는 등의 방법으로 관광버스 주차장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교통문화본부 박용훈 대표는 “관광버스 주차예약제를 통해 도심지 관광버스 유입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이탈리아 로마나 관광지 주변 승·하차장에 손님을 내려준 후 곧바로 떠나 공영주차장 등에 주차토록 하는 프랑스 파리 사례 등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안효성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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