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아픈 '도마의 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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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학선이 기계체조 도마 결승 2차 시기에서 난이도 6.0의 ‘쓰카하라 트리플’ 기술을 연기했다. 사진은 2차 시기 11장을 연속 촬영해 합성한 것. [인천=김성룡 기자]

양학선(22·한국체대)은 울었다. 시상식 내내 입을 꾹 다물고 웃지 않던 양학선은 체조장을 빠져나오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양학선은 25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 기계체조 도마 종목 결선에서 평균 15.200점을 받아 은메달을 땄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1 도쿄 세계선수권, 2012 런던 올림픽, 2013 벨기에 세계선수권까지 정상에 서 있던 양학선은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금메달을 놓쳐 씁쓸하다”고 했다.

 양학선은 초조했다. 경기 시작 30분 전 라이벌 이세광(29·북한)이 마지막 연습에서 완벽하게 기술을 구사하자 고개를 돌렸다. 반면 양학선은 착지에서 넘어지면서 그대로 퇴장했다. 이세광은 연습 시간 마지막 1분까지도 계속 도마를 뛰었다. 하지만 이날 주인공은 이세광도, 양학선도 아니었다. 홍콩 셱와이훙(23·15.216점)이 금메달을 가져갔다.

 허벅지 부상이 있는 양학선은 난도 6.0 기술만 썼다. 1차 시기에서 ‘여2(뜀틀을 정면으로 짚은 뒤 공중에서 두 바퀴 반 비틀기)’를 시도했지만 착지가 불안해 15.000점을 받았다. 2차 시기에서는 ‘쓰카하라 트리플(도마를 옆으로 짚은 뒤 세 바퀴 비틀기)’로 무난한 연기를 펼쳤지만 15.400점을 받아 2연패 달성이 무산됐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과 2008 아시아선수권 도마 금메달리스트인 이세광은 두 차례 다 난도 6.4를 시도했으나 평균 14.799점으로 4위에 그쳤다. 1차 시기 ‘드라굴레스쿠 파이크(도마를 앞으로 짚은 뒤 몸을 접어 2바퀴 돌고 반 바퀴 비틀기)’는 착지 때 머리를 박아 14.166점을 받았다. 2차 시기에서는 ‘이세광(도마를 옆으로 짚은 뒤 몸을 굽혀 2바퀴 돌며 1바퀴 비틀기)’을 뛰어 15.433점을 기록했다.

 양학선은 지난해 9월부터 각종 부상에 시달렸다. 허리·발목·허벅지 등 기계체조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부위들의 통증을 안고 살았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는 도마 훈련을 하다가 오른발을 삐끗해 병원으로 실려간 적도 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는 고질적인 허벅지 통증이 이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식도 궤양까지 걸려 죽도 못 넘길 정도로 아팠다.

 결정적으로 지난 19일 공식 훈련에서 오른쪽 허벅지 뒤쪽 근육이 찢어지는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다. 송주호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는 “1차 시기 착지 때 오른쪽으로 기울었는데,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다”고 했다.

 부담감도 양학선을 덮쳤다. 런던 올림픽 이후 스타가 된 양학선은 체조를 그만둘 생각을 했을 정도로 마음고생을 했다. 올림픽 이후 주위의 시기, 질투에 슬럼프를 겪었다. 금메달을 당연히 여기는 주위의 시선도 견디기 힘들었다. 특히 이번 대회를 앞두고 경쟁자 이세광과의 비교가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양학선은 “끝까지 내 기술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허벅지가 아팠다. 너무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인천=박소영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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