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일 운동 대륙 밖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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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일 운동이 대륙 밖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위 참가자도 젊은 층에서 교수.화가 등 지식인으로 번졌다. 가두 시위는 물론 인터넷 댓글, 불매운동, 문화 거부, 서명 등으로 시위 양상이 다양해지는 추세다.

홍콩의 교육평의회와 중국역사교육학회는 최근 초.중.고교 교사들을 상대로 반일 서명 운동에 들어갔다. 서명에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은 군국주의의 재등장을 의미한다"는 격문을 달았다. 서명 대상 주제는 ▶일본의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 강점에 반대한다 ▶역사 왜곡에 항의한다 ▶상임이사국 진출에 반대한다는 등 3개 항이다.

허한취안(何漢權) 평의회 주석은 "서명이 끝나면 주(駐)홍콩 일본 총영사관 앞에서도 항의 시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학교에선 교사들이 조회.수업 시간과 각종 행사를 통해 학생들에게 일본의 저의를 일깨워줄 방침이다.

노동자 단체인 공련회(工聯會)도 일본의 패전 기념일인 7월 7일부터'항일 승전 60주년' 행사를 하기로 했다. 공련회는 반일 역량을 총결집시켜 7~8월에 지속적인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민주세력도 나섰다. 홍콩 야당인 민주당의 앨버트 허(何俊仁) 부주석은 11일 "다음주 중 일본을 규탄하는 대회를 열 예정"이라며 "현재 구체적 사항을 최종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부주석은 그러나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일 폭력시위는 '분별없고 부적절하며, 후회할 만한 행위'"라며 "홍콩의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들이 조만간 대일 항의 서명운동을 펼친 뒤 서명서를 주홍콩 일본영사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허 부주석은 전했다.

한편 중국의 경제 특구인 광둥(廣東)성 선전(深?)에서는 10일 중국.싱가포르 출신 화가 20여 명이 반일 메시지를 담은 그림을 공동 제작했다. 전 세계가 한마음이 되기를 기원하는 '사해동춘(四海同春)'이란 제목의 작품이다.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에서 10일 열린 반일 서명 활동에도 수십 명의 교수.전문가를 비롯해 수만 명이 참여했다. 9일 독일의 최대 화교단체인 전(全)독일 화교사회단체연합회 회장단은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반대하는 서신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벌써 두 달째로 접어든 대륙의 반일 운동은 북으로는 지린(吉林)에서 남으로는 하이난(海南)성 하이커우(海口)에 이르기까지 20여 개 도시에서 서명 운동, 가두 시위, 일본제품 불매 운동 등으로 이어졌다.

중국 외교부는 10일 이번 사태의 책임을 일본 측에 돌렸다. 전날까지 과격시위 자제를 요청한 것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외교부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우리는 지금처럼 중.일 관계가 악화된 책임이 중국 측에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성명은 또 "일본 측은 중국 침략 같은 중국인들의 감정과 연관된 문제를 진지하게, 적절히 다뤄야 한다"며 "일본 측은 그 반대의 일보다는 상호 신뢰를 증진하고 양국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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