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찔렀다 … '펜싱퀸' 김지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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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국 여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이 중국을 상대로 짜릿한 승리를 일궈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챔피언인 김지연이 단체전 금메달을 확정하는 득점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에이스 김지연(26·익산시청)의 예리한 칼끝이 정확하게 상대를 찔렀다. ‘사브르 여왕’은 피스트 위에서 포효했다. 개인전에서 아쉽게 놓쳤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드디어 거머쥐는 순간이었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던 이라진(24·인천중구청)·윤지수(21·동의대)·황선아(25·양구군청)도 서로를 얼싸안았다.

 한국 펜싱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23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45-41로 이겼다.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이 종목이 도입된 이후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은 매번 결승에 올라갔지만 중국에 막혀 은메달에 머물렀다.

 선수들은 안방에서는 반드시 금메달을 가져오자고 다짐했다. 특히 에이스 김지연의 각오가 남달랐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챔피언에 오르며 ‘미녀 검사’로 명성을 떨친 그는 아시안게임에서도 여유로운 금메달이 예상됐다. 하지만 결승에서 후배 이라진에게 체력에서 밀리면서 은메달에 만족했다. 그는 후배를 칭찬하면서도 “단체전에서 꼭 금메달을 거머쥐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은 결승에서 역전과 동점을 허용하며 피를 말리는 접전을 펼쳤다. 이라진이 첫 검사로 나왔으나 중국 에이스 선천(24)에게 밀려 2-5로 불안한 출발을 했다. 김지연이 2라운드에서 7점을 따내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데 이어 6라운드에서 30-28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토록 꿈꿨던 금메달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에이스 대결이 된 김지연과 선천의 마지막 9라운드. 김지연이 7초 만에 득점을 올리며 41-33으로 앞서갔지만 선천이 내리 7점을 따내며 41-40까지 추격했다. 김지연은 수차례 공격을 시도했지만 계속 동시타가 이어졌고 결국 선천이 점수를 따 41-41.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김지연은 침착했다. 그는 런던 올림픽 개인전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매리얼 재거니스(미국)를 역전승으로 눌렀고, 결승에서는 랭킹 2위 소피야 벨리카야(러시아)도 이겼다. 김지연은 그때를 떠올리며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셀 수 없을 만큼 연습했던 스텝을 밟아 선천을 공격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김지연의 칼끝이 선천의 몸을 찔렀다. 그리고 마지막 점수를 따내는 순간 김지연은 런던 올림픽 결승전에서처럼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환호했다. 김지연은 “내가 점수를 내줘 막막했다.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며 “동점이 되자마자 죽기 살기로 밀어붙였다. 고비가 있었지만 마지막에 정말 짜릿했다”고 말했다.

 정진선(30·화성시청)·박경두(30·해남군청)·권영준(27·익산시청)·박상영(19·한국체대)이 나선 남자 에페 대표팀도 단체전 결승에서 일본을 25-21로 물리치고 3연속 금메달 수확에 성공했다.

 한국 펜싱은 23일까지 금메달 6개를 비롯해 총 13개(은5·동2) 메달을 획득하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금7·은2·동5)을 넘어 역대 최고 성적을 바라보고 있다.

고양=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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