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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뱅크에서 4등뱅크로 고착된 KB

중앙일보

입력

각종 금융사고와 내분사태로 얼룩진 KB금융의 상반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리딩뱅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4대 은행지주 가운데 하위권으로 고착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2일 발표한 올 상반기 11개 은행지주회사 경영실적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가 총 자산 323조원으로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하나(314조9000억원), 농협(310조9000억원), KB지주(299조1000억원) 순이다. 우리지주는 민영화 추진에 따라 지방은행과 증권사 매각 등으로 지난해 말 대비 자산이 82조원 감소했다. 우리투자증권 패키지를 인수한 농협지주는 56조4000억원 증가했다.

지주사별 연결단기순이익은 우리지주가 1조338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신한(1조1034억원), KB(7722억원), 하나(5676억원) 순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계상했던 지방은행 분할과 관련된 법인세가 환입되면서 순이익이 늘었다.

올 상반기 은행지주사들은 규모면에서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지난해와 비교해 손익이 개선됐다. 다른 지주사들이 은행과 보험·카드·증권 등 계열사를 통한 실적 개선을 이어가는 동안 KB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고경영자(CEO)의 전략과 장기 계획이 중요한 자산규모면에서 신한은 지난해 말 311조3000억원에서 323조로 12조원 가까이이 늘었고, 하나는 295조2000억원에서 314조9000억원으로 19조7000억원이 늘었다. 반면 KB는 291조8000억원에서 299조1000억원으로 7조3000억원이 느는데 그쳤다. 지나치게 은행에 의존해 경영한데다 ING생명보험 인수에 실패하고, LIG손해보험 인수도 최근 내분 사태 여파에 삐걱거리는 등 성장에 한계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카드도 경쟁은행인 신한카드에 비해 크게 밀리는 상황이다.

금감원 김영기 감독총괄국장은 “지주 차원의 리스크가 곧바로 실적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CEO나 지배구조에서 기인하는 전략적인 동력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지배구조의 불안정을 빨리 해소하고,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구축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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