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문희상 … 대표급 격상된 세월호법 협상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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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특별법 협상의 주체가 바뀌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사진)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문 위원장이 김 대표와 만나 세월호특별법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김 대표도 이에 호응하면서다. 협상 주체가 원내대표에서 당 대표급으로 격상된 셈이다. 일단 대화가 가능한 사이라는 점에서 ‘김무성-문희상’ 라인이 가동되면 세월호특별법 협상도 끝을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김 대표와 문 위원장은 1980년대 각각 상도동계(YS)와 동교동계(DJ)의 일원으로 안면을 텄다. 민주화운동의 뿌리를 공유하고 있는 데다 두 사람 모두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현실주의 노선을 취한다는 점 등이 이런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김 대표는 지난 19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문 위원장은 대표적인 의회민주주의자로 평가받는, 존경받는 정치지도자”라며 “국회 정상화에 큰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 입장에선 드디어 야당에 카운터파트너가 등장했다는 점을 반색하는 눈치다. 사실 김 대표로선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해 나서고 싶어도 나설 수 없는 처지였다. 박영선 전임 비대위원장은 원내대표를 겸직했기 때문에 김 대표가 이완구 원내대표를 제치고 대화하기 힘든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정치적 내상(內傷) 때문에 리더십을 발휘하긴 어려운 상황이라 기존의 원내대표 협상 라인보단 김무성-문희상 라인에 무게가 쏠릴 수밖에 없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21일 “‘김무성-문희상’ 라인이 가동되면 국회 현안과 관련해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이 지난해 초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놓고 장기간 대치상태에 놓여 있을 때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막후에서 실마리를 푼 적이 있다는 점도 새누리당은 기대하고 있다.

 물론 김무성-문희상 라인이 가동된다고 당장 쉽게 세월호 타협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문 위원장은 이날 본지와 인터뷰에서 세월호특별법 협상에 관해 ‘3차 합의’를 거론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차 합의안은 마지막 결단”이라고 한 것을 여당이 뛰어넘어 추가 양보를 해 달라는 의미다.

 그러나 김 대표라도 선뜻 ‘3차 합의’를 결심하기란 쉽지 않다. 김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문 위원장과 만나 대화는 해야겠지만 우리는 2차 합의가 마지노선”이라며 “거기서 더 나간다는 것은 참 어려운 얘기”라고 말했다.

 야당 상황에 가려졌지만 실제 지난 2차 합의안 발표 때도 새누리당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은 상당했다. 청와대를 설득하기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가 협상에 개입한다고 해도 당장 달라질 건 없다. 오히려 문 위원장이 세월호법과 민생 문제를 분리 처리하는 결단을 내리는 게 순리”라고 주장했다.

김정하·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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