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自勝者强<자승자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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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호 27면

세상은 언제나 경쟁으로 가득하다. 남과 비교해 내가 얼마나 낫고 또 못한가를 가르는 대표적인 형태가 시험이다.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시험에 의한 경쟁은 반복적으로 이뤄진다. 스포츠 또한 마찬가지다. 남을 이기는 것이 지상과제다. 남보다 더 빨리 달리고, 더 높이 뛰고, 더 멀리 가야 나의 존재 가치가 있다. 공부야 상위권이면 잘했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스포츠 세계에서는 오직 우승한 자만이 기억될 뿐이다.

45억 아시아인의 축제,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이 그제 개막됐다. 말이 좋아 축제이지 아시아 45개국의 선수들은 36개 종목에서 439개의 금메달을 놓고 피 말리는 승부를 펼쳐야 한다. 이들에게 자승자강(自勝者强)이라는 말을 권하고 싶다. 『도덕경(道德經)』 제33장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롭다고 하지만 자신을 아는 사람은 진정으로 밝다고 할 수 있다(知人者智 自知者明).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다고 하지만 자신을 이기는 사람은 진정으로 강하다고 할 수 있다(勝人者有力 自勝者强)’. 남을 아는 것보다 자신을 아는 게 더 현명하고 남과 싸워 이기는 것보다 자신과 싸워 이기는 게 더 강한 것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왜 남보다 자신과 싸워 이기는 게 더 어려운 걸까. 보이지 않는 마음 속에서 끊임 없이 솟아 오르는 욕심과 욕망을 억누르기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 있다. 그래서 공자(孔子)도 “자신을 극복하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이다(克己復禮爲仁)”고 설파했고 명(明)대의 철학자 왕양명(王陽明) 또한 “산 속의 도적을 깨뜨리기는 쉬워도 마음 속 도적을 깨뜨리기는 어렵다(破山中敵易 破心中敵難)”고 하지 않았나.

스포츠 선수들은 승부처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기 위해 멘털 트레이닝을 한다. 얼마전 19세의 나이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머쥔 김효주 또한 골프에서 멘털이 70% 이상이라고 여기며 고등학교 때부터 체계적인 멘털 트레이닝을 받았다. 남을 앞서기에 앞서 자신을 이기는 법부터 먼저 터득한 자가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활짝 웃을 것 같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sc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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