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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에 청춘 바친 당신 … 금메달 딴 후 아기 갖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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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45억 아시아인의 축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 19일 인천 서구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개막식을 갖고 16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이날 개막식은 ‘45억의 꿈, 하나 되는 아시아’를 주제로 임권택 감독과 장진 총연출이 준비했다. [뉴시스]

인천 아시안게임이 개막했다. 한국은 36개 종목에 831명이 출전한다. 남자 주장은 펜싱의 김정환(31·국민체육진흥공단), 여자 주장은 핸드볼의 우선희(36·삼척시청)다. 여자 주장 우선희는 2년마다 열리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청춘을 바친 주부 스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우선희는 막내였다. 덴마크와 승부던지기 접전 끝에 은메달에 그쳤던 ‘우생순 신화’의 일원이었다. 지금은 대표팀의 최고참이다.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부터 2006년 도하 대회까지 4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지난 광저우 대회에선 3위에 그쳤다. 한국은 20일 오후 4시 수원 체육관에서 인도와 첫 경기를 치른다. 우선희의 네 번째 아시안게임 도전이다.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우선희와 그의 남편 전정현(41)씨를 함께 만나봤다. 결혼 10년째를 맞은 전씨는 아내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20년간 군에서 복무한 뒤 2012년 상사로 제대한 그는 지금 경기도 시흥에서 식자재 도매상을 하고 있다. 점포 이름은 ‘우선 식자재 할인마트’다. 아내 이름 앞 두 글자와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뜻을 함께 담았다고 전씨는 설명했다. 전씨가 네 번째 아시안게임에 도전하는 아내 우선희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를 대화 형식으로 소개한다.

네 번째 아시안게임에 도전하는 우선희(오른쪽)는 결혼 10년차 주부 선수다. 사진은 우선희와 남편 전정현씨의 신혼시절 모습. [우선희 제공]

저희 집사람요? 대충대충이란 게 없어요. 누가 보든 안 보든 열심히 하는 성격이죠. 결혼은 2004년 10월에 했어요 연애기간은 6년이었죠. 1998년 제가 군생활 할 때 만났어요. 부인은 한체대에 재학 중이었고, 저는 공수부대 중사로 있었죠. 한체대 출신 동료의 소개로 아내를 만났어요. 그땐 대표가 아니고, 학생 유망주였어요. 저나 집사람이나 훈련이 많아 주말에만 잠깐 만났죠.

 벌써 아내가 대표팀에 뽑힌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네요. 아직도 잘 뛰어요. 지난해 세계대회에서 베스트 7에 들고, 올해 국내 핸드볼리그에서도 베스트 7에 들었으니까요. 젊었을 때는 아내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기만 했죠. 지금은 속으로 짠해요. 나이가 들면서 점점 부상이 잦아져요.

 사실 이렇게까지 대표 생활이 길어질 지는 몰랐어요. 아내는 2004년 결혼 이후 은퇴하려고 했었죠. 그런데 2003년 세계선수권에서 베스트 7에 뽑히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선 은메달을 따고 베스트 7에 올랐어요. 유럽에서 러브콜을 받았고, 주변에서도 아깝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유럽 루마니아로 건너가 두 시즌을 뛰었어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부상으로 못 뛰었는데 그게 아쉬워서 좀 더 뛰다보니 여기까지 왔죠.

 결혼 10년째지만 아내를 본 날은 많지 않아요. 이번 추석 때도 대표팀 훈련 때문에 못 나왔어요. 루마니아 리그에서 뛸 때는 비시즌 때나 잠깐 봤죠. 한 이불 덮고 잔 날이 1년에 50일도 안 될 거예요. 유럽리그 기간에는 더 못 봤으니까 다 합치면 300일이나 되려나. 그래서 아직도 연애하는 기분이에요.

 가장 큰 고민은 아이가 없다는 거예요. 집사람이 운동을 하면서 미루다보니 이렇게 됐네요. 2012년 런던 올림픽이 끝나고 임신을 했어요. 하지만 얼마 안 가서 자연유산이 됐죠. 혹독하게 운동만 했던 몸이라 아기를 낳을 준비가 덜 돼 있었죠. 아시안게임 후 전국체전만 뛰고 은퇴할 겁니다.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입니다. 아이를 낳으면 축구를 시키고 싶습니다. 저도 스포츠를 참 좋아하거든요.

 아내는 꼭 금메달을 따고 싶어합니다. 더구나 지난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준결승에서 일본에 져서 3위에 그쳤거든요. 아내에게 한마디 하고 싶네요.

 “여보, 나는 당신을 믿어요. 금메달도 좋지만, 절대로 다치지는 말고. 파이팅.”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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