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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스포츠 씨름·용무도, 아시안게임서 볼 날 오겠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대한민국의 혼을 담은 씨름과 용무도가 세계를 향해 발돋움한다.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진출해 ‘스포츠 한류’의 선봉에 선다는 청사진도 차근차근 현실로 바꿔가고 있다.

 민속스포츠인 씨름은 세계씨름연맹(WSF)을 통해 해외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재를 털어가며 씨름 세계화에 앞장서 온 윤명식(54) 총재의 헌신 속에 세계씨름연맹은 2008년 창설 이후 48개 가맹국을 거느린 국제 단체로 발돋움했다. 해외에서 씨름 붐을 일으켜 시들한 국내 씨름 열기에 다시 불을 지핀다는 게 윤 총재의 역발상이다. 세계씨름연맹은 한민족씨름대회·세계씨름선수권 등 국제대회를 꾸준히 개최하며 씨름을 벨트 레슬링(씨름과 비슷한 종목을 통칭하는 표현)의 간판 종목으로 키우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결실도 거뒀다. 미얀마에 한국 씨름의 뿌리를 내릴 기틀을 만들었다. 세계씨름연맹은 21일 인천대 송도캠퍼스에서 힌트 하싼 미얀마 체육부장관과 윤명식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미얀마 씨름 보급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식을 갖는다. 씨름을 미얀마 올림픽위원회 정식 종목으로 가입시키고, 현지 초·중·고 씨름부 창설과 씨름 교육 프로그램 보급을 장려한다는 내용이다. 미얀마의 정치·경제 중심지 양곤에 국제씨름연수원도 짓는다. 윤 총재는 “미얀마를 아시아 씨름 보급의 거점으로 삼을 것이다. 씨름을 2020년 비치아시안게임 종목에 포함시키는 게 목표다. 이후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가입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무도는 2001년 탄생한 신흥 무도지만 수련자들의 조직적인 노력 속에 국제화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가 2019년 아시안게임 개최에 도전장을 낸 게 호재다. 20일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의에서 2019년 개최지가 결정되는데 자카르타가 단독 후보로 나선 만큼 개최권을 따낼 가능성이 크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캄보디아와 더불어 용무도 수련자가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국가다. 대통령궁 경호대도 용무도를 공식 무술로 활용한다.

남재화 용인대 교수는 “자카르타가 아시안게임 개최지로 확정되면 인도네시아에 불고 있는 용무도 열풍에도 가속이 붙을 것”이라면서 “차근차근 준비하면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용무도가 시범종목으로 지정돼 국제무대에 선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용무도는 ‘완성도 높은 무술에 한국적인 가치를 담는다’는 기치 아래 용인대학교(총장 박선경)가 창안한 ‘퓨전 무도’다. 태권도·유도·합기도·씨름·검도 등 다양한 격투기의 장점만을 따 기술을 완성했고, 의(義)·예(禮)·도(道) 등 한국적인 가치를 녹였다.

 용인대 총장 시절 용무도 탄생을 주도한 김정행(71) 대한체육회장이 세계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용무도는 10여 년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전 세계 40개 국에 보급됐고, 수 만 명이 수련 중이다.

용인=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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