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인호 이사장, '친일 역사관' 주장에 대해 강력 부인

중앙일보

입력

이인호(78) KBS 이사장이 17일 열린 KBS임시이사회에서 자신을 향한 일각의 ‘친일·반민족 역사관’ 주장을 강력히 부인했다. 이 이사장은 임시이사회 모두발언에서 “제가 독재를 미화하고 일제 식민지 지배체제를 옹호한다는 비판은 터무니 없다”고 밝혔다. 그는 “몇해전까지만 해도 국가적 정통성을 부정하는 좌편향적 역사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비판의 대상에 올랐을 때 저는 사상과 학문의 자유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던 사람”이라며 “그때 바로 그런 논리를 내세워서 색깔론 공세를 멈추라고 하던 바로 그 사람들이 지금 제 역사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격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비통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승만ㆍ박정희 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한 이유에 대해서도 소상히 설명했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비록 부정 부패와 부정선거에 대한 국민적 항거에 의해 불미스럽게 대통령직에 물러났던 사람”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그의 공적은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이 “시대를 앞지르는 진보적 민주주의 사상을 가진 독립 운동가였고, 우리 민족의 남반쪽만이라도 스탈린의 전체주의적 독재 아래 놓였던 세계 공산권으로 합수되는 것을 막아내 진정한 자주 독립을 성취했다”고 평가했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선 “정치제도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독재자였지만, 그 독재를 통해 경제 발전을 촉진시킴으로서 민생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민주주의가 꽃필 수 있는 사회경제적 토대를 마련한 인물”이라고 했다.

이 이사장은 이사회가 KBS가 제작한 프로그램에 대해 논평이나 비평을 해서는 안된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KBS가 공공성과 공정성이 높은 방송이 되는 데에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되고 우리들 자신이 스스로를 반성하는 일은 언제이고 멈춰서는 안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