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행복 클리닉] 다이어트 집착하는 딸 (전문가의 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안정감 있는 비너스의 몸매에서 바비 인형 같은 마른 몸매를 선호하는 문화로 미(美)의 척도가 바뀌어가면서 다이어트가 대유행하고 있습니다. 날씬한 사람은 철저한 자제력의 상징이 되기도 합니다.

귀하의 따님도 그런 시류에 휩쓸려 건강한 식사 패턴이 붕괴된 상태로 보입니다. 극도의 식사제한과 지나친 운동으로 체중이 심하게 줄었는데도 자신은 뚱뚱하다고 여기는 거식증(拒食症,신경성 식욕 부진증)에 해당합니다.

다이어트에 매달리는 따님을 철부지 정도로 가볍게 여겨선 안됩니다. 의학적 진단기준으로 정상 체중에서 15% 이상 감소하거나 체질량지수<체중(kg)을 키(cm)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17.5 이하에 해당하는 상태입니다.

선진국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문제시되어 왔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10~30대의 젊은 여성 중 1%가 거식증 환자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심각한 부작용이 따른다는 점입니다.

특히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이 경우처럼 변비약을 이용해 설사를 계속하거나 인위적으로 구토를 하면 위험합니다. 몸의 전해질(電解質) 이상이 생겨 현기증이 오고 심하면 부정맥으로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거식증은 왜 생길까요. 유전적 요인, 새로운 환경에의 부적응, 대인관계 갈등 같은 스트레스가 발병의 계기가 될 수 있고 자신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는 완벽주의 성향인 사람이 거식증에 걸리기 쉽습니다.

거식증은 초조와 불안, 무(無)월경, 변비, 탈모,저혈압, 저체온증, 서맥(徐脈) 등 심각한 후유증을 부르고 우울증이나 강박적 성향, 경계선 인격장애도 생깁니다.거식증 환자는 신체적 합병증과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4-15%에 이릅니다.

따님의 경우 정신과 전문가의 치료가 시급합니다. 약물보다 상담이나 그룹치료 등을 통해 치료할 수 있습니다. 요즘엔 가정집을 개조해 의료진과 숙식을 같이 하면서 동병상련의 위안과 전문적 치료를 병행하는 병원도 많으므로 참고하면 좋을 것입니다.

아울러 따님을 나무라기보다 왜곡된 몸매에 병적으로 매달리게된 배경을 이해하고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부모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은정 백상 신경 정신과 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