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온①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동안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쩔수 없는 벽에 자주 부닥치게 됩니다. 과학의 세계에도 속도라든가, 온도라든가 이론상 한계점이 정해져있는 경우가 혼합니다. 현대과학은 이러한 한계점에 얼마나 가까이 접근할수 있으며, 또 그럴때의 결과는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끝없는 도전을 하고 있읍니다.
이 시리즈는 인간이 도전하는 「초의 세계」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그 내용은 어떠한지를 알아보는 것입니다.<편집자>
컵에 액채가 담겨있다. 액체가 저절로 컵의 가장자리를 타고 올라와 밖으로 넘쳐흐른다. 액채에 빈컵이 띄워졌다. 액채가 컵의 바깥가장자리를 타고 스믈스믈 기어들어와 컵에 담긴다.
일상세계에서는 외부에서의 작용이 없이는 이런 일은 일어날수 없다. 그러나 초저온의 세계에서는 상식으로 생각할 수 없는 현상이 가능하다.
이액체는 절대온도2도(영하2백71도)의 헬륨. 앞으로 초저온 세계의 물리는 반도체나 핵융합에서 절대적인 요소로 등장하게 될것임에 틀림없다.
1908년 7월10일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의 어두컴컴한 연구실에서 「카메를링온네스」교수는 무색투명한 액체를 얼어붙은 듯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 액체는 영하2백69도에서 액화된 헬륨이었었다. 이때무터 초저온 세계의 신비가 한꺼풀씩 그 비밀의 껍질을 벗기 시작한 것이다.
절대영도란 무엇인가.
물리학에서의 열은 원자나 분자의 운동상태를 뜻한다. 이 운동이 활발하면 열이 높은 것이고 활발하지 못하면 온도는 낮아진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이런 운동이 완전히 멈춰지는 온도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절대온도로 섭씨 영하2백73도를 일컫는다.
모든 분자의 운동이 정지한 상태는 고체화된 죽음의 세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로 물질입자들의 운동이 정지된다는것은 입자의 성질상 있을수 없는것으로 알려져 절대온도 0도에 도달하는것도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53년영국의 「커티」박사는 순간적으로나마 절대온도에 1천만분의12로까지 접근한 실험에 성공했었다.
영하2백63도(절대온도10도)이하의 초저온에서 일어나는 가장 특이한 현상중의 하나는 초전도현상이다. 초전도현상은 전기저항이 거의 제로가 된다는 뜻으로 전류가 흘러도 전혀 손실이 없는 상태다. 초전도형상은 몇천만도의 고열이 필요한 핵융합에서는 대단히 중요하다. 핵융합장치를 감고있는 케이블은 보통 1만암페어이상의 고전류가 흘러 보통의 케이블은 저항 때문에 그대로 타버리고만다. 이 때문에 핵융합에는 초전도케이블이 사용된다.
초저온의 특이한 현상은 앞으로 반도체분야에서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초전도물질 사이에 극히 얇은 절연층때 순간적인 전류가 흐르는 특성이있다. 이런 초전도의 특성은 스위치의 역할을 할수있어 반도체로 쓸 수 있다.
이 원리를 이용한것이 앞으로 최첨단의 반도체로 각광받을 조셉슨소자다.
조셉슨소자는 지금의 반도체보다 1천배이상의 고속으로 동작하는것이 가능하다. 조셉슨소자가 온(on)에서 오프(off)로 바뀌는 속도는 1조분의 1초로 1초에 30만km를 기는 빛이 3mm를 진행하는 시간에 해당한다.
이렇게 회로동작속도가 빨라진다는것은 대형이면서 고도의 능력을 갖는 컴퓨터를 만들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더욱 소요에너지도 1만분의1로 줄어든다.
문제는 어떻게 극저온을 유지하느냐하는것. 현재 IBM과 같은 세계의 중요 컴퓨터회사들은 이 약점을 개선하기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어 실용화될 날도 멀지 않았다.
초저온의 세계에서는 물리·화학적 반응뿐아니라 생명현상도 느려지거나 정지된다. 생명체의 활성도가 저하된다는 것은 에너지의 소비가 적다는 것을 뜻한다. 이점은 의학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사실이다. 한 예로 심장수술을 할때 환자의 체온을 떨어뜨리면 뇌가 요구하는 에너지의 양도 크게 줄어 그만큼 적은 혈액으로도 뇌는 정상기능을 유지한다. 만일 초저온의 기술로 세포의 파괴없이 인체를 동면시킨다면 인체는 순간적인 생명활동의 정지상태로 들어가 먼훗날 다시 깨어나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일만도 아닐 것이다.
이미 가축의 정자나 난자는 저온으로 보관하여 이용하는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으며 저온메스를 써서 나쁜 조직을 등결해 파괴시키는 수술방법도 개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