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젊은이의 기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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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멕시코에서 열린 제2회세계주니어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우승, 지난 77년 브라질의 제1회대회 연이어 2연패를 기록함으르써 우리 여자배구의 뛰어난 기량을 세계에 과시했다.
여자주니어배구의 우승은 미국의 전지훈련을 거쳐 일찌기 현지에 도착하여 기후적응에 성공했고 신장의 핸디캡을 정교한 기술로 극복하는등 그동안 쌓아올린 노력의 결실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결선에 오른 멕시코팀과 우리와 결승전을 벌인 페루팀의 감독이 모두 한국인이어서 한국배구의 우수성을 각국에 보여주기도 했다. 한국스프츠가 거둬들인 값진 스포츠 성적의 하나가 맥시코에서 기록된 것이다.
울해는 한국의 청소년스포츠팀이 각종 대회에서 좋은 전속을 남겨 한국체육의 앞날을 밝게해준 한해였다.
세계주니어야구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비롯, 세계탁구에서 여자팀이 북한을 꺾고 중공과 선전을 했는가하면 세계청소년 축구선수권대회에 아시아대표로 출전하여 분전하기도 했다.
또 비록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제1회 서울주니어 오픈육상경기에서 한국이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이처럼 청소년스포츠는 세계무대에서 결코 타국선수에 뒤지지않는 실력을 나타내 날로 발전하는 한국스포츠를 내외에 인식시키고 있다.
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청소년스포츠의 높은 수준이 계속 이어져 올림픽주최국의 면목을 살려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온 국민의 한결같은 염원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스포츠계를 돌아보면 주니어스포츠의 빛나는 전과는 그것으로 그쳐버리고 일단 시니어나 국가대표선수로 넘어가면 답보상태를 면치못하는 현상이 바로 한국스프츠의 현실이다.
기량·기술·기록의 향상은 없이 오히려 후퇴하는 감마저 주었다.
10대에 닦은 솜씨가 완숙해지기는 커녕 세계무대의 뒷전에 밀리는 결과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
체육인은 물론, 스포츠를 후원하고 아끼는 우리 모두가 한번 반성해야만할 일이다.
그 원인은 무엇보다도 눈앞의 승부에만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어린선수둘에게 당장 급한 기술만 습득시키게하는 스프츠지도자의 짧은 안목에있다.
그래서 기초체력이 완전히 다져지지않아 국가대표선수가된 다음에는 체력의 열세를 가장 큰 패인이라고 호소한다.
나이어린 선수들이 반복되는 훈련으로 뛰어난 솜씨를 익혀야만 과열된 스카우트의 대상이되고 거액의 스카우트비용을 탐낼수있게되는 풍토가 오히려 장애물인 것이다.
스포츠는 훌륭한 사회인, 나아가서는 국민이 되는 교육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이겨서 이름을 내야한다는 욕망에 쫓켜 젊은 선수가 혹사를 당하고 끝내는 좌절되는 쟁예가 흔하다.
따라서 한국스포츠가 세계를 향하기위해서는 어릴때부터 기초체역을 다지고 기초훈련을 충실히 하는데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국민학교 체육시간에 육상을 필수적으로 넣어 뛰고 달리는 운동을 권장해가는 것이 정도다.
인기종목에만 치우켜 잔재주를 먼저 주입시키는 스포츠교육은 긴 눈으로 볼때 한국스포츠를 조락시키는 역작용을 할뿐이다.
88년올림픽의 주역은 지금의 10대들이므로 그들에게 튼튼한 기초체력을 길러주고 다음으로 소질을 발굴하여 그에 알맞은 훈련과정을 차분히 밟아 올라가도록 해야한다.
그에는 체육행정, 체육인의 새로운 마음가짐과 연구자세가 뒷받침되어야할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직장스포츠팀을 운영하거나 운영하려는 기업은 선수들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주어 선수자신이 전문종목에 몰두할수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어야한다.
국민은 이긴자에게 뜨거운 환호를보내는 한편으로 최선을 다하고, 진자에게도 따뜻한 위로를 아끼지않는 스프츠 애호정신을 간직해야한다.
한국주니어여자배구의 승전을 계기로 한국스프츠가 더한층 비약할 수있는 방안은 무엇인가를 우리모두가 찾아내고 실행에 옮겨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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