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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품 제조도면에 가짜 바코드…짝퉁 뉴에라 6만점 반입 구속

중앙일보

입력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17일 뉴에라(NEW ERA) 모자 위조품 5만9115점, 시가 35억원 어치를 정품으로 위장 수입해 12억원의 부당이득 챙긴 혐의(관세법 등 위반)로 정모(59)씨와 안모(34)씨를 구속했다. 뉴에라 모자는 미국 힙합가수와 유명 스포츠선수, 국내 연예인 등이 애용하면서 유명해진 브랜드다.

세관에 따르면 정씨는 영업기밀인 정품 뉴에라 모자의 제조도면을 빼내 안씨에게 넘겨줬고, 안씨는 이를 바탕으로 중국 광둥성의 광저우, 선전 등에서 위조품을 대량 제작했다. 정씨는 짝퉁을 정품인 것처럼 속여 국내로 반입하기로 모의한 뒤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소비자와 세관을 현혹시키기 위해 미국에서 정품을 일부 수입해 섞어 판다는 것.

정씨는 미국에서 구입한 정품을 바로 들여오지 않고 일단 홍콩으로 보냈다. 중국 남부에서 만든 위조품의 집결지가 홍콩이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정품과 짝퉁을 뒤섞을 계획이었다. 전 세계에서 정품 모자들을 구해 홍콩에 집결시킨 뒤 국내로 반입한 것처럼 꾸미기 위한 꼼수였다.

이렇게 들여온 짝퉁 모자들은 정씨의 이태원 매장에서 극히 일부의 정품과 섞여서 판매됐다. 하지만 마니아들의 눈은 매서웠다. 고객 중 일부가 “왜 이 모자에는 제조번호 바코드가 없느냐”고 따진 것이다. 항의가 이어지자 정씨는 자신이 직접 짝퉁 바코드를 만들어 모자에 붙인 뒤 판매를 계속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정씨는 중국 해외공급자가 아닌 미국 업체의 해외공급자 상호를 도용해 수입신고하는 수법을 통해 미국회사로부터 수입하는 것처럼 꾸미는 치밀함도 보였다”고 말했다.

뉴에라는 북미 4대 스포츠리그인 MLB(미국프로야구리그), NFL(미식축구리그),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NBA(미국프로농구리그)의 공식 선수용 모자를 생산하는 브랜드로 1920년 에르하르트 코흐(Ehrhardt Koch)가 설립했다. 특히 뉴에라의 선수용 모자는 건조성 및 온도 조절이 뛰어난 소재와 다양한 원단과 섬세한 자수 기술 등이 적용돼 힙합 가수들이 애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연예인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빳빳한 일자 챙이 특징이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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