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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의원들 만류에 탈당 의사 접고 복귀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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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7일 사흘간의 잠적을 끝내고 입장을 발표한다. 전날 오전까지만 해도 탈당에 무게가 실렸으나 소속 의원 대부분이 ‘세월호특별법 문제 해결될 때까지 원내대표직을 수행해야 한다’고 하면서 복귀에 무게가 실렸다. 박 위원장의 한 측근은 16일 “시간을 끌며 ‘정치시계’를 더 오래 멈춰 세울수록 박 위원장에겐 더 부담”이라며 “마지노선이 내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까진 박 위원장이 탈당을 결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박 위원장과 가까운 한 의원은 “지금까지 설득에 성공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쇄 탈당설이나 정계개편설 등은 현실성이 없지만 단독 탈당은 ‘설마’라 할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감정대립’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박 위원장이 탈당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나온 뒤에도 강경파 의원들이 “자기가 뭔데”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거나 “탈당설을 흘려 협박하는 것”이라고 말한 게 박 위원장의 심사를 더 뒤틀리게 만들었다고 한다. 박 위원장의 측근은 “공개적으로 뱉은 말을 철회하고 돌아오는 그림을 그리려면 당에서 그럴듯한 명분이나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게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조금씩 반전의 기미가 보였다. 당 대표 권한대행이 소속 정당을 비난하며 탈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해 조정식 사무총장과 박범계 원내대변인,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분주히 움직였다. 이들은 박 위원장이 없는 상태에서 핵심 당직자회의와 원내대책회의를 잇따라 연 뒤 소속 의원 130명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문항은 ▶박 위원장의 후임 비대위원장을 당이 추천하면 박 위원장이 임명하고 ▶원내대표직은 세월호특별법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수행한 뒤 사퇴하는 방안 두 가지였다. 사실상 박 위원장이 당분간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다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는 절충안이었다. 17일 아침까지 전수 조사라는 형식으로 당의 ‘총의’를 만들어 탈당을 만류할 명분으로 삼겠다는 전략이었다.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는 “소속 의원 100여 명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원내대표직을 당분간 수행해야 한다는 안에 반대나 유보보다 동의가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다수 의원이 절충안에 동의한 만큼 박 위원장의 탈당을 막을 명분이 생겼다는 기대가 퍼졌다. 밤늦게 박 위원장이 조금씩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있다는 조짐도 감지됐다. 당내 의견 수렴 결과를 조정식 사무총장과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가 박 위원장에게 전달한 직후부터다. 박 위원장은 말없이 결과를 들은 뒤 17일 당무복귀에 대해 “생각해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위원장의 측근은 “내일 오전 예정된 원내대책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지만 오후쯤엔 탈당 여부를 포함해 비대위원장·원내대표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당내 의견수렴 결과 탈당 만류 의미가 큰 만큼 복귀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과 통화를 한 중진 의원은 “절대 탈당해선 안 된다고 누차 강조했더니 박 위원장이 답변은 하지 않았지만 끝까지 내 말을 듣더라”고 전했다. “선출직 국회부의장으로 정통성을 가지고 계파색도 옅은 이석현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자고 말했더니 ‘검토하겠다’는 답변도 했다”고 덧붙였다.

매일 아침 의원회관에 모여 박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해온 강기정·유승희·은수미 의원 등도 다소 톤을 누그러뜨렸다. 이들은 16일에도 사흘째 모임을 이어갔으나 “박 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엔 변화가 없다”면서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새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문희상 의원은 “물러나는 박 위원장에게 그 정도(당분간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는 안)의 인간적 배려도 안 해주고 계속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너무나 야박한 것”이라며 강경파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권노갑·정대철 상임고문 등 원로들도 나섰다. 특히 권 고문은 박 위원장과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가 연락이 닿지 않자 박 위원장의 남편 이원조 변호사에게 ‘탈당은 안 된다’는 상임고문단의 뜻을 전달했다.

이지상·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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