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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 공무원 감사 면제, 새누리서 재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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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규제개혁과 감사원 기능 살리기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새누리당이 이 논쟁에서 규제개혁 쪽에 손을 들어 줬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도 승복하지 않는 감사원을 상대로 집권당이 총대를 멨다.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 규제개혁분과(위원장 김광림)는 16일 행정규제기본법을 폐기하는 대신 그 내용을 규제개혁에 맞춘 ‘국민행복과 일자리 창출·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제개혁에 관한 법률안’을 내놨다. 이 법안에는 ‘규제개혁에 적극 임하는 공무원에 대해선 감사원 직무감찰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이 들어갔다. ‘감사 면제’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개혁에서 중요한 장치로 꼽혀 왔다. 일선 공무원들이 규제개혁에 소극적인 까닭은 규제 권한이라는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섣불리 규제를 풀어 줬다가 절차상의 과실 등을 이유로 나중에 감사원 감사에서 징계처분 등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을 두려워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열심히 일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니 그냥 하던 대로 하자는 일종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을 택한다는 거다.

 국무조정실은 이런 현장의 소리를 반영해 지난달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만들면서 ‘감사 면제’조항을 넣었다. 그러나 감사원이 발끈했다. 감사원은 “감사원의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결국 최종안에서 이 조항은 빠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서 이 사실을 발견하고 “감사원이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공무원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보름 뒤인 지난 3일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행정규제기본법 대신 감사원법을 바꾸겠다는 절충안을 냈다. “감사를 아예 안 하면 적극적 행정을 했는지 아닌지 자체를 알 수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감사 면제 대신 감사를 해 실수가 발견되더라도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책임을 지우지 않는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면책제도만으론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감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공무원을 위축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16일 새누리당 규제개혁회의에 참석해 “(법안에) 감사원 관련 내용이 들어가 굉장히 다행”이라며 “감사원에서도 적극적으로 행정을 안 하는 사람을 감사해야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계속 감사한다면 누가 일을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이 규제개혁에 앞장서지 않으면 못 배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도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규제를 유지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없는 경우 모두 철폐하겠다는 자세로 규제개혁에 임하라”고 지시했다.

  허진·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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