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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본 「롤랑·쁘띠」발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프랑스 국립「롤랑·쁘띠」현대발fp단의 78년에이은 두번째 내한 공연이 17일(하오3시·7시세종문화회관 대강당)로 다가왔다.
세계 현대발레계의 귀재「롤랑·쁘띠」가 이끄는 60명의 만원이 한국에서 공연할 장막무용극『박쥐』(2막7장)는 넘치는 율동감, 아름다운 의상, 환상적인 무대장치가 조화를 이룬 무용예술의 극치를 보여 줄것같다.
다음은 문화계인사 3명이 얘기하는 78년의「롤랑·쁘띠」발fp단의 공연관람기.
국수호 <무용가>
「롤랑·쁘띠」발레단의 한국공연은 나에게 안무라는것이 특별히 춤을 위해 꾸민 동작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줄넘기·자전거 폐달밟기, 모두가 「쁘띠」에 의해 다듬어지면 훌륭한 춤이된다.
「롤랑·쁘띠」 현대발레단의 출발은 정통적인 고전발레지만 그는 결코 딱딱하고 융통성없는 발레기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왔다. 「쁘띠」는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로 색다르고 감각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데 특히 지난번 한국공연중 『핑크·플로이드』는 드라이아이스를 사용하여 자옥한 안개속에 율동하는 육체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던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내 기억에 잊혀지지 않는 작품은 『늑대』였다. 늑대춤을 춘 남성무용수는 정말 훌륭했다. 막이 오르면 첫눈에 들어오는 숲의 배경과 의장들은 너무나 잘 어울리는 훌륭한 장치였다.
군무에서도 이렇다하게 눈에 두드러지지 않는 동작의 연결이 전체적인 분위기 조성에 큰 효과를 나타내게한 것은 역시 뛰어난 안무솜씨였던 것같다.
육완순 <이대교수>
78년3월, 당시 이대강당에서 열렸던 「롤랑· 쁘띠」발레단의 내한첫공연을 본후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것은 인체가 주는 넘치는 힘의 율동의 아름다움이었다.
전체 40여명 가까운 단원중 절반 정도가 남성이었는데 대체로 작은 체구지만 무용으로 단련된 단단하고 아름다운 근육들은 생동감 넘치는 무대를 만들고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남성무용수가 크게 부족한것이 오늘날 무용계의 현실이지만, 특히 한국의 경우는 지나칠 정도로 심각하다.
그런 상황이라 다듬어진 아름다운 몸매에 생명력이 가득한 「롤랑·쁘띠」발레단남성무용수들의 공연은 우리 무용계의 커다란 부러움을 샀던 것이다.
그자신이 뛰어난 재능을 가진 남성무용수이기도한 「쁘띠」가 안무하고 연출한『핑크·플로이드』『늑대』『카르덴』은 이러한 남성적인 매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작품을 만든 것이다.
김원귀 <음악평룬가>
현대발레는 고전발레보다 오히려 더욱 오묘한 테크닉과 예술성으로 청중들을 황홀케 할 수 있다. 인간의 육체가 표현할수 있는 고도의 아름다움을 현대발레는 추구하는데 무척 자유롭기 때문이다.
내가 본 「롤랑·쁘띠」현대발레단의 공연은 이러한 현대발레의 특성을 충분히 살린 독특한 개성의 작품이었다. 춤이외에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는 것은 음악의 기막힌 소화능력과 의상·무대장치·소도구의 뛰어난 예술성이었다.
음악은 무용과 함께 융화되어 더할나위없는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미술의 나라 프랑스답게 세련된 중간색을 위주로한 의상과 극적인 효과를 최대한 살리도록 배려하여 만든 무대장치는 가히 프랑스예술의 정수를 보는것같았다.
이번의 한국공연에서는 단막무용극이 아닌 장막의, 그것도 「요한·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박쥐』를 바탕으로 안무한 작품이라니 더욱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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