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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년 동경올림픽은 「경제대국」 대 구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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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4년 동경올림픽은 흔히 「1조엔 올림픽」으로 불린다. 이 대회를 치르는데 들어간 돈은 대회운영 및 경기장정비등 직접비용만 2백90억엔, 그리고 도로정비·상하수도정비·지하철·고속도로건설등 이른바 간접사업비에 들어간 돈까지 합치면 9천8백38억엔에 달했다.
이 돈이 한꺼번에 도입된것이 아니고 올림픽개최가 결정되기 1년 전부터 7년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투입된 것이지만 당시 일본의 실력에 비춰볼때 국력을 기울여 올림픽을 치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64년10월10일부터 24일까지 15일간 거행된 동경대회에는 94개국에서 5천5백58명의 선수가 참가했고 입장권 1백92만8천장이 팔렸다.
이 대회를 치르기 위해 동경을 비롯, 수도권에 인접한 가나가와(곤나천) 사이따마(기옥) 지바(간섭) 나가노(장야)등 5개 도현에 있는 33개 경기장이 동원됐고 이중 14개경기장은 올림픽을 위해 새로 건설 또는 정비됐다.
동경시내 요요기(대대목)를 비롯, 5개 지역에 올림픽촌이 새로 건설됐으며 일본정부는 세계에서 몰려드는 참관객들에게 일본의 국위를 과시하기 위해 신간선건설, 지하철 및 수도권 고속도로의 건설·정비등 방대한 공공투자사업을 벌였다. 올림픽관련 공공시설정비 및 수송시설을 갖추는데 들어간 돈만 8천8백78억엔.
일본정부가 이처럼 막대한 돈을 들여 올림픽을 치른 것은 2차대전의 패전으로 떨어질대로 떨어진 국민의 사기를 되살리고 긍지와 자신감을 심어주기위한 것이었음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런만큼 관민이 동경올림픽개최에 쏟은 열의는 대단했다.
58년4윌 의회에서는 올림픽유치를 위한 특별결의안을 채택하고 동경개최가 확정된 다음해인 60년4월 국회에서는 「올림픽동경대회완수에 관한 결의」를 채택, 범 국민적인 결의를 다짐했다.
정부는 총무장관을 회장으로 하고 각부처 사무관으로 구성된 대회준비대책협의회를 내각결의로 설치, 운영(60년10월)하는 한편「스포츠진흥법」(61년) 「올림픽동경대회준비를 위한 특별조치법」(61년)을 제정하는 등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법적·행적적 지원조치를 마련했다.
자금면에서도 중앙정부의 재정을 아낌없이 투입했다. 동경올림픽에 투입된 자금을 재원별로보면 ▲직접투자보조금등으로 지출된 정부재정자금이 6천2백53억엔으로 총경비의 63%를 차지했으며 ▲동경도및 인접현등 지방자치단체가 1천3백28억엔(13%)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채권발행이 l천3백73억엔(14%) ▲은행융자가 2백85억엔(3%) ▲산업주체의 자기 부담이 2백85억엔(2·5%) ▲기타 2백82억엔(3%)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박에 ▲사업수입 36억엔 ▲올림픽을 위해 특별히 설립된 재단의 지원 38억엔등이 대회를 위해 쓰여졌다.
올림픽 입장권 판매수입은 18억6천만엔으로 대회운영, 경비장 정비등 직접정비의 6%수준에 불과했다.
올림픽 지원을 위해 민간인들로 구성된 자금재단이 별도법인으로 설립되어 이 재단을 통해 ▲담배광고 ▲국철 ▲지하철광고 ▲복권발행 ▲10엔모금운동 ▲기념메달판매 ▲기념골프·씨름·야구대회등을 열어 국민의 직접적인 기부와 협력을 받았지만 그 규모는 30억엔을 넘지 못했다.
결국 동경올림픽은 정부재정과 채권발행으로 치러졌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경대회는 올림픽을 치르지만 막대한 재정부담을 각오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셈이다.
동경올림픽에 투입된 자금을 사업항목별로 보면 ①대회준비 및 운영 98억엔(1%) ②경기기술향상 및 국민체육진흥 70억엔 (0·7%) ③경기시설등의 설치·정비 14개 사업에 1백57억엔(1·5%) ④상하수도정비, 수도권 고속도로 건설등 14개 공공시설투자 2천7백26억엔(27·7%) ⑤신간선건설, 지하철공사, 국제공항정비등 5개수송시설투자 6천1백52억엔(62·6%) ⑥참관객숙박시설정비 3백14억엔(3·2%) ⑦방송·통신시설정비 3백11억엔(3·2%) ⑧기타 10억엔등으로 밝혀졌다.
일본이 자랑하는 신간선을 비롯, 수도권의 거미줄같은 지하철·고속도로망이 모두 동경 올림픽을 계기로 건설된 것이다.
일본정부는 신간선건설에만 3천8백억엔, 수도권고속도로건설에 7백20억엔, 지하철경비에 1천8백95억엔을 투입하는 등 고도성장을 배경으로 한 국부를 동경대회에 아낌없이 쏟아넣었다. 그 덕으로 동경은 패전국의 수도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씻고 신흥 일본을 상징하는 세계적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지금 동경올림픽때의 시설을 갖추려면 10조엔이 들어도 어려울것으로 보고있으며, 따라서 일본은 동경올림픽을 통해 국가적으로도 큰 이익을 보았다고 평가하고있다.
그러나 오일쇼크등으로 세계경제가 어려움을 겪고있는 지금과 60년대와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동경대회의 경우 연도별 자금지출상황을 보면 대회가 결정되기 전해인 58년에 2백87억엔(2·9%), 59년에 1백98억엔(2%), 60년 5백58억엔(5·7%),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 61년에 1천3백35억엔(13·6%), 62년에 2천1백52억엔(21·9%), 대회전해인 63년에 3천3백49억엔(34%)등이 집중적으로 들어갔으며 대회가 열린 64년에도 1천9백55억엔(19·9%)이 투입됐다.
서울의 경우도 대회를 앞둔 3, 4년 전부터 집중적으로 자금이 소요될것으로 보아 사전에 치밀한 자금조달 및 집행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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