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검증 땐 그려준대로 행동|피살된 날은 외출 후 목욕····옷은 안 빨아|사건 난 날 밤 만난 사람들에 확인을|전에도 보름씩 안 돌아와 신고 뒤로 미뤄|윤 노파 사건 공판 고 여인 1문1대 내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검찰신문>
검찰 심문(서울지검 정상명 검사)
▲ 사건당일의 행적 중 낮에 윤 노파와 점심을 하고 헤어진 후 저녁시간까지 저녁시간까지를 횡설수설하는데….
-독산동에서 보험금을 받고 저녁 7시30분쯤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8시10분쯤 미도파 백화점 앞에서 내려 소공 지하상가에 들어가 아들의 T셔츠를 샀다.
그때 지하상가는 바겐세일을 하고 있었다. 그 후 무교동으로 걸어가 한 일관 입구에서 큰딸의 러닝셔츠와 스타킹 2켤레를 3천원 주고 샀으며 걸어서 서울 예식장을 지나 조계사로 갔다. 도중에 식품점 아줌마를 만나 외상값 10만원 독촉 받고 보험 가입을 권유하기도 했다. 조계사에서는 청년법회가 열리고있었고 마당에서 무진강 스님을 만나 합장 인사한 후 탑돌이를 하고 나왔다.
나오는 길에 피곤해 제주은행 옆 약국에 들러 박카스 1병을 사 마시고 16번 좌석 버스를 타고 집부근 아리랑(미아리고개)에서 내려 식품점에 들러 갈치 등 반찬거리를 사 밤10 시 40분쯤 집에 도착했다.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면 알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부엌에서 목욕을 하고 옷을 빨았다는데….
-그 당시만 해도 날이 몹시 무더워 목욕을 했으나 옷을 빤 일은 없다.
▲ 경찰자백 내용이 검찰1, 2회 조서에도 일관 됐는데 그 후 번복한 이유가 뭔가.
-자백이 다 뭡니까(흥분한 어조).
8월4일 용산서 이 형사 등 5명에게 연행된 후 6일부터 호텔 방을 끌려 다니며 갖은 고문을 당했습니다. (고 피고인은 고문 얘기가 나오자 감정이 북 받치는 듯 울음을 터뜨렸고『억울합니다』를 연발했다) ▲집에 윤 노파 사진을 10년 간 걸어놓았다가 사건 다음날인 7월23일 떼어 아이들 방으로 옮기며 딸에게 『골 보기도 싫다』고 말했다는데….
l0여년 동안 걸어 두었기 때문에 떨어질 것 같아 떼었다. 그런 말은 한 사실이 없다.
▲남편이 신고하라고 했을 때 피고인이 칠석날 하자고 미루지 앉았는가.
l건에도 어머님(고 피고인은 시종일관 윤 노파를『어머님』이라고 호칭했다.)이 보름씩 안 들어오신 적이 있어 칠석날이면 돌아오실 줄 알고 그랬다.
▲당일 피고인이 만났다는 무진강 스님이나 법회 참석자들이 이를 부인하는데….
-내가 3명을 죽였다고 발표되니 그 사람들이 거짓말하는 것일 것이다.

<변호인 반대 신문>
▲오고택 변호사=결혼당시패물을 지금 값으로 1천만 원 어치나 피고인이 해갈정도로 집안이 부유했다는데….
-그렇다. 미국 유학비용이 탐나 결혼했다는 것은 경찰이 부른 대로 쓴 것뿐이다. 우리 아버지가 40년 간 의사로 개업하고 있어 경제적 부러움을 가져 본적이 없다.
▲경찰에서 어떻게 고문을 당 있는가.
-말하기조차 싫다 (괴로운 듯 고개를 떨구고 울먹였다). 연행 3일째부터(호텔 방에서 온몸을 발가벗긴 채 손과 발을 뒤로 묶고 가슴에 수사관이 올라서는 등 상상할 수도 없는 고문을 당했다. 주전자 물을 코로 들이붓기도 했으며 몇 번이나 실신했는지 모른다. 남편도 무릎사이에 곤봉을 끼워 고문하는 바람에 내가 범인이라고 거짓 자백했다고 울먹였다.
현장 검증하기 전날에는 용산서 지하실로 끌려가 수사관들이 판자에 비닐을 씌운 화판에 현장그림을 자세히 그려놓고 시키는 대로하라며 3O분 이상 허리를 밟아 지금도 허리를 펴지 못한다. (방청석에서는 일제히『아』하는 비탄의 소리가 터졌고 정리가 조용히 하라고 제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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