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찾아 통화될땐 가슴 흐뭇|하루 평균 70∼80건 처리|외국 교환원 도와주는 일…CODE 11은 세계 공통 호출 부호|국내 통화자말 통역‥·수신자 찾아주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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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신설동 시외 전화국 2층 국제전신 전화국안.
11코드 전담석이라 쓰인 팻말을 중심으로 10대의 교환대가 나란히 놓여 있다.
11번 단추에 불이 반짝 들어온다.
『디스 이즈 서울 코리아. 캔 아이 헬프 유? (한국 서울입니다. 도와드릴까요?)』밝고 경쾌한 음성이 전파를 타고 흐른다.
김인숙양(30)의 업무가 시각된 것이다.
코드11.
간단히 설명하면 언어보조석이다 .
국제교류가 활기를 띠면서 국제통화가 빈번해지자 통화 자에게 보다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세계공통의 호출부호 11이 탄생했다.
우리나라에서 이 제도가 실시된 것은 반자동전화방식이 채택된 지난 68년부터.
주요업무는 의국 교환원을 도와주는 일. 의사 소통이 잘 안 되는 국내수신자와의 언어 중재를 해 주기도 하고 수신전화번호문의에 이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외국어 구사력이 뛰어나고 경험이 많은 베테랑 급이 이곳에 배치되는 것이 관례로 돼있다.
김양이 코드 H의 일을 맡기 시작한 것은 2년전. 접수→동경담당→구미담당을 거쳐서 입사한지 6년째 되던 어느 날.
『제일 처음으로 부름을 당한 것은 미국교환원으로부터였어요. 11번 단추의 불이 들어오는 순간 온몸 이 긴장됐었지만 크게 당황하지 않은 까닭에 무사히 끝낼 수 있었습니다 』
김양이 하루 평균 처리하는 건수는 70∼80건 정도.
1건당 20∼30분에서 오래 걸리는 것은 2시간까지 소요되는 것도 있어 실틈 없이 바쁘다.
『코드11』을 맡으면서 얼마나 우리 나라 지리 사정에 어두운가를 절감했어요. 상대 쪽에서 찾는 낯선 우리 나라 시골지명을 들을 매마다 어디 있는지 몰라 쩔쩔 맵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러나 힘든 만큼 보람을 느낀 적도 많았다. 한번은 호주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내용인즉 한국을 떠난 지 오래 된 호주 교포가 경남 진야군 대참리에 살고 있는 모친과 통화를 원한다는 것.
그런데 문제는 전화도 없고 정확한 주소도 모른다는데 있었다.
『진양 교환원을 통해 메신저콜(직접 수신자를 불러 오는 것)을 부탁했어요. 모친과 통화되는 순간 울음을 터뜨리던 그 음성이 지금도 귀에 쟁쟁해요 남 그래서 그는 지금도「다리 건너 세째집」를 잊지 못한다고 꿨다.
『코드11 의 업무를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한 것 같다』는게 그의 의견. 아무리 짜증나는 주문일지라도 성실하고 친절하게 서비스 해주자는 것이 그의 좌우명처럼 돼있다.
조금 짬이 나면 후배와 같이 어울려 볼링을 하는 것이 유일한 취미.
『직장을 이해해주는 좋은 상대를 만나면 언제든 결혼할 생각』이라는 그는 홀어머니와 남동생을 부양하면서도 월급의 30%는 꼬박 저축하는 살림꾼이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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