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즐겨입고 김치도 잘먹어요|한국을 잘 아는 워커 미대사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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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에 오자마자 다리를 다쳐 2주일간 병원 신세를 졌어요. 스타트 치고는 참 드라마틱 하지요?』 신임 「워커」주한미대사부인 「셀리노·켄리·워커」여사(56)는 아직도 종아리에 붙어있는 반창고를 가리키며 유모러스하게 말문을 열었다.
17일 하오 정동대사관저 응접실에서 지난 7월31일 부임한 후 처음으로 국내보도진들과 상견례를 가진 「워커」여사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1백67㎝정도의 큰 키, 감색투피스에다 하얀 블라우스를 받쳐 입은 세련된 모습이었다.
한국은 66년이래 남편의 학문연구관계로 거의 매년 들렀기 때문에 전혀 낯선 곳이 아니라고 했다.
『특히 한복을 좋아해요. 미국에 있을 때부터 자주 입었는데 물론 한국사람처럼 잘 어울리진 않지만 1년쯤 지나면 제대로 입어낼 수 있겠지요. 김치도 빼놓을 수 없는 제 기호품입니다. 냄새가 나는게 좀 탈이지만…』.
외교관부인다운 인사치레 끝에 그러나 자신은 『어디까지나 미국인으로서 미국을 대표하고 있음을 잊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여고 2학년때 당시 대학생이던 남편을 만나 4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 35년을 살아오는 동안 3남매를 두었다. 큰아들은 변호사로, 둘째아들은 토지개발업자로 일하고 있으며 외동딸 역시 변호사에게 시집가 사우드캐롤라이나에서 살고있다.
자신을 『대단히 가정적인 여자』라고 소개하는 「워커」여사는 점점 흔해지는 이혼 등 가정 파탄은 가족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부부간에 부모자식간에 항상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 대화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면 문제가 생길리가 없어요.』
서로가 이끌고 밀어주면서 생을 엮어가는 것이 바람직한 부부상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는 그녀는 결혼 후 한번도 자기만의 직업을 가진 적이 없는 순수한 가정주부.
그런 의미에서 자신은 여성해방운동에 관한한 적합한 응답자가 아니라고 전제, 『똑같은 일을 하는 남녀는 물론 똑같은 임금을 받는 것이 좋겠지만 처자식을 거느려야하는 남자가 그렇지 않은 여자보다 조금 더 받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라』고 사견을 조심스레 피력했다.
남편이 교수(사우드캐롤라이나대)을울 때도 전공(국제정치학)상 외교관이나 정치가들을 많이 만나야했기 때문에 외교관이 되었다고 해서 생활이 크게 달라진 점은 없으나 한번 손님을 초대하면 보통 4백∼5백명선이어서 그 준비과정이 조금 벅차게 느껴진다고.
펜실베이니아주 세더크레스트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워커」여사는 중국요리·중국회화·한국골동품·장롱 등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회화와 판화의 표구전문가이기도 하다. 학자출신인 남편이 실내에서 책을 읽는 동안 야외에서 사진을 찍거나 테니스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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