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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인권보고서 이례적 발표 … “인권대화 반대 안 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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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호 02면

북한이 13일 극히 이례적으로 자체 인권보고서를 발표했다. 다른 나라와의 인권대화를 거부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형식은 인권보고서이지만, 북한 주민의 인권이 잘 보장되고 있다는 선전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고문 엄격 금지” 일방적 선전 … 강석주 유럽 순방 중 나와 주목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인권보장 정책, 인민들의 인권향유 실상을 사실 그대로 반영한 조선인권연구협회의 보고서가 발표됐다”고 전했다. 1992년 설립된 조선인권연구협회는 북한 인권 개선, 탈북자 보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활동 등을 비난해 왔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우리는 인권대화를 반대한 적이 없으며 진정으로 인권에 관심 있는 나라들과 마주 앉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면서 협력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인권 문제를 내정 간섭과 제도 전복과 같은 불순한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세력들 때문에 진정한 인권대화와 협력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유럽을 순방 중인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가 지난 12일 스타브로스 람브리니디스 유럽연합(EU) 인권특별대표와 회동한 것으로 알려진 다음 날 나왔다. 강 비서는 이에 앞서 지난 9일 엘마르 브록 유럽의회 외교위원장을 만나 북한의 핵과 인권 문제를 논의했다. 북한은 2001~2003년 EU와 인권대화를 한 적이 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의 인권 보장제도와 주민들의 정치·사회·문화적 권리를 일방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주민들은 언론·출판, 집회·결사, 사상·종교의 자유 등을 누리고 있다”고 돼 있다. 여성·아동·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도 있다고 소개돼 있다. 또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무죄추정 원칙을 지키고 있으며 고문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는 주장도 실렸다.

 조선인권연구협회 대변인은 13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인터뷰 형식을 빌려 지난 2월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비판했다. 대변인은 “탈북자 협잡꾼들의 증언에 저들대로의 억측과 악감을 섞어 만들어낸 쓰레기 문서에 불과하다”며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반공화국 인권 책동이야말로 우리 인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인권 비판에 대해 내정간섭이라거나 체제붕괴 시도라며 저항해 왔다. 지난 4월에는 조국통일연구원과 남조선인권대책협회 명의로 ‘남조선 인권백서’를 발표하는 등 남한과 미국의 인권에 시비를 걸기도 했다.

한경환 기자 helmu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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