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본 ‘금주의 경제’] 유로존 은행 첫 여성 회장 아나 보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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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호 18면

블룸버그뉴스

유로존 주요 은행 가운데 첫 여성 회장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스페인 대형은행 산탄데르(Banco Santander)의 영국 지사장을 맡고 있던 아나 보틴(53·사진). 산탄데르 이사회는 10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그녀를 신임 회장에 추대했다. 에밀리오 보틴 회장이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장녀인 아나 보틴이 회장직을 이어받았다.

산탄데르 女회장 탄탄대로 이끌까

아나 보틴 신임 회장은 산탄데르의 차기 최고경영자로 일찌감치 주목받았었다. 에밀리오 보틴 전 회장의 여섯 자녀 중 맏이인 아나 보틴은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JP모건 등 투자은행에서 경력을 쌓았다. 1989년 입사한 이후 산탄데르 은행의 주요 보직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2010년부터는 산탄데르 영국 법인을 이끌며 은행 전체 수익의 20% 가량을 책임졌다. 아버지를 닮은 공격성에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고루 갖췄다는 평.

산탄데르는 인수합병으로 빠르게 성장한 회사다. 에밀리오 보틴 전 회장은 1990년 이후 무려 130여 건의 인수합병(M&A)을 성공시키며 스페인의 작은 지방은행을 유럽 제일의 대형은행으로 키워냈다. 국내 시장에서 위상을 확보한 다음에는 언어와 문화가 비슷한 남미와 유럽 시장을 공략했다.

아나 보틴이 아버지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산탄데르의 실적이 주춤거리는 점도 부담이다. 전체 수익의 4분의 1이 나오는 브라질 등 남미 시장 실적도 예전만 못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보틴 가문은 단 2%의 지분 만으로 산탄데르의 경영권을 4대째 쥐고 있다”며 “은행의 장기 성장 전략을 보다 갈고 닦아야 할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아나 보틴 신임 회장은 성명을 통해 “어려운 시기이지만 새 역할에 걸맞는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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