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눈병 희귀병이 무섭다|서울대 병원에 4명 입원치료 전세계128명 알아|심하면 다리 마비|초기엔 두통-성인에 잘 나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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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아폴로눈병」이 얼굴과 팔다리 마비의 후유증을 일으킨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최근 서울대학 병원에서 4건이나 보고돼 의학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급성출혈성 결막염 후유증 신경증 ·척수염」으로 불리는 이 희귀한 질환은 70년대 이후 세계의 학계에 처용 보고돼 그 동안 세계적으로 1백28명이 이 같은 증세로 고통을 받고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학 병원 신경과 명호찬 교수 팀이 9일 대한 신경 정신 의학 회에 보고한 것에 따르면 지난 8월 한달 동안 이 병원에 4명의 환자가 결막염을 앓고 난 후유증으로 하지 마비 증세를 일으켜 입원했다.

<발병>
이들 4명의 환자는 모두 올 여름 크게 유행한 이른바 「아폴로 눈병」으로 불리는 급성 출혈성 결막염을 앓고 난 20∼30일후 하지 등의 마비 증세가 나타났다.
처음 입원한 33세의 남자는 결막염 치료 후 10일만에 심한 허리의 통증과 전신 권태 증세를 일으켰다가 양쪽다리가 차차 마비 돼 8윌13일부터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두 번째 환자인 30세 남자는 지난 7윌15일 급성 출혈성 결막염을 치료 받은 지 20일만에 두통에서부터 목에까지 통증이 퍼지며 이틀째엔 오른손이 마비되고 사흘째엔 요통(요통)과 함께 양쪽다리가 마비돼 8월 21일 입원했다. 이와 함께 고려병원에도 지난 7월 같은 증세의 환자가 입원, 한달 동안 물리치료를 받았다.

<증세>
명교수에 따르면 이들 환자들의 공통된 증세는 초기에 요통·두통·전신 권태감이 나타나며 이어 엉덩이와 목 등으로 통증이 옮겨가고 차차 다리의 기력을 잃기 시작, 한쪽 또는 양쪽 다리의 마비 증세를 일으킨다. 마비된 다리는 소아마비처럼 살이 빠지며 치료하지 앉을 경우 팔·다리의 기능을 상실, 불구가 된다.
소아마비는 주로 어린이들이 걸리지만 아폴로 눈병의 후유증은 건강한 30∼50대 성인 층에도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며 서울대 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통원치료를 받고있는 4명의 환자는 모두 30대 남자다.

<병원체>
이 질환의 병원체는 지난 76년 WHO (세계보건기구)에 의해 「EV70」으로 밝혀졌다.
아폴로 눈병의 병원체인 이「EV70」이라는 균은 결막을 통해 척수에 침입, 염증을 일으켜 마비 증세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치료>
명교수는 환자들에게 호르몬제인 스테로이드 체제를 투여하는 약물요법과 물리요법으로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밝히고 한번 걸리면 완치가 어려워 조기에 치료를 받더라도 팔·다리를 약간씩 절게 되는 것이 보통이라고 말했다.

<주의>
명교수는 이 질환이 아열대지방에서 많이 나타나 이웃 대륙과 일본에서는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으나 그 동안 우리 나라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유행성 결막염이 1차 원인인 만큼 결막염에 걸렸을 경우 조기치료와 완치 후에도 그 경과에 유의해서 후유증이 나타날 조짐울 보이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체가 바이러스인 만큼 치료나 예방약은 없지만 평소의 건강관리에 힘써 유행성 결막염에 걸리지 않는 것이 최상책 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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